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4.29 22:05

'동북아 공동화차 개발' 포함 '내한성·저진동 실현' 등 달성해야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대한민국이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탈피해 동북아를 넘어 중국대륙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까지 이르는 광활한 '경제영토'를 개척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지구촌 경제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실현해줄 유효한 수단은 핵심 축은 철도다. 한반도종단철도(TKR)를 기본으로 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와 몽골횡단철도(TMGR) 등이 그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이르는 철도망을 구축하자는 얘기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면서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내달릴 철도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처럼 말하지만, 기술적인 제약도 만만치 않다. 어떤 난관에 직면해 있고, 현재 어디까지 극복했는지를 전문가들을 통해 짚어봤다.  

궤간가변대차- 열차바퀴 교환없이 유럽까지 시속 200km로

철도기술연구원은 남·북·러·중 철도연결을 통한 대륙철도 연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가변형 연결기, 장대편성 열차의 제동장치를 종합한 '동북아 공동화차'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궤간가변대차 시제품.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궤간가변대차 시제품.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 궤도폭의 경우 한국·북한·중국·유럽은 표준궤(1435mm)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는 광궤(1520mm)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궤간가변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궤간가변대차'다. 개발된 궤간가변 고속대차를 적용하면 한국에서 출발한 열차가 환승이나 환적, 또는 열차바퀴 교환 없이 바로 통과하여 유럽까지 달릴 수 있고, 시속 200km대의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또한, 위험 화물의 대량 수송에도 적합해 향후 동북아 지역의 화물 운송에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뿐만아니라, TKR-TSR 노선에 실제 적용하기 위해 러시아 및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가변형연결기·제동장치-개발 중 

아울러 '연결기'도 문제다. 한국·북한·중국은 AAR 타입이고,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 국가들은 CA-3 타입으로 헤드모양이 상이하므로 '가변형 연결기'도 필요하다. 이 분야의 기술의 핵심인 '모든 열차에 호환될 수 있는 가변형 연결기'를 개발 중에 있다.

또한 화차편성에서 한국은 25량, 북한은 35량, 중국은 50량, 러시아는 70∼140량으로 운행하는 등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어 '장대편성열차 기술(제동장치)'도 필요하다. 이것도 역시 중국 및 러시아의 제동정지거리 및 내한성(추위에 견디는)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제동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철도연은 러시아 철도기술 연구원(RRRI)와 공동연구 추진에 관한 MOU를 2018년 4월에 체결했다. 

철도 궤도폭의 경우 한국·북한·중국·유럽은 표준궤(1435mm, 왼쪽)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는 광궤(1520mm)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 궤도폭의 경우 한국·북한·중국·유럽은 표준궤(1435mm, 왼쪽)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는 광궤(1520mm)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장대열차 운행 '무선 분산중련제어기술'은 기관차 2대를 화차 앞뒤로 나눠 연결(분산중련)하고, 앞의 기관차(제어기관차)가 뒤의 기관차(피제어기관차)를 무선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국내 최초 '장대열차 운영기술'은 지난 2017년 5월에 부산진역에서 진례역까지 약 20km 구간에서 검증 완료됐다. 

철도연 측 핵심 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관차 간 무선통신(Wifi, LTE)을 이용한 차량견인/제동명령, 주요장치 고장정보 실시간 송수신도 실험 완료됐다"며 "이 기술은 미국, 중국, 호주, 아프리카, 인도 등 장거리 화물수송에 운용 중이다. 다만, 국제규격과의 합치성, 시스템 안정성과 보안 분야에선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철도연, 각종 기술 시연 및 '남은 과제'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원장 나희승, 이하 철도연)은 향후 대륙철도 연결 시, 열차운영의 핵심이 될 '동북아 공동화차 기술의 시연회'를 지난해 12월 5일 철도연 오송 분원에서 개최했다.

시연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국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날 행사에선 지난해 3월 완공된 오송 철도종합시험선로에서 차세대 고속열차(HEMU), 무가선트램 등 첨단 철도기술과 함께 '동북아 공동화차의 궤간가변구간 변환기술'이 시연됐다.

한·러 가변형 연결기 시제품.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러 가변형 연결기 시제품.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연에서는 남·북·러·중 철도연결을 통한 대륙철도 연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궤간가변대차, 가변형 연결기, 장대편성 열차의 제동장치를 종합한 '동북아 공동화차'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표준궤·광궤·가변궤를 포함하는 실제 시험선로를 구축해 동북아 공동화차의 궤간변환기술을 선보였으며, 차량에 설치된 궤간가변 표시기를 통해 표준궤와 광궤의 변환 기능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특히, 동북아 공동화차의 궤간가변기술은 국제기준(UIC-510-4)에 부합하는 반복시험 500회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국제공인기관(TUV rheinland)의 인증도 받음으로써 실용화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궤간가변대차 '테스트 부설'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궤간가변대차 '테스트 부설'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국제철도연맹(UIC) 전체총회에서 화물철도 서비스 분야 '기술혁신상(UIC Global Research & Innovation Awards)'의 최우수 연구성과(Best Award)로 선정돼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철도 화물운송시 진동 및 충격으로 인한 고부가가치 상품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저진동 충격방지 컨테이너 물류기술은 국토교통부 R&D과제로 진행중이며 내년까지 방진장치의 동특성 및 구조강성/피로설계 후, 운영선 검증시험을 거쳐 실용화할 예정이다.

장대열차.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장대열차. (사진제공=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밖에도 극한환경 대비 철도 전장품 내한성 향상 핵심기술로 '철도 전장품 동결용 지능형 발열 페이스트 기술(영하 40도에서의 성능 저하 방지 목적)'과 '분포형 광섬유 센서를 이용한 지능형 동결 감지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원활한 물류 기능을 위해 '철도-해운 복합운송 정보시스템' 및 '국제 철도화물 통관 정보 연동시스템'도 설계돼 철도 정보를 러시아-몽골-중국이 공유하고 있지만 향후 물류 정보의 표준화는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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