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4.29 11:12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 공기청정기 위치 따른 공기의 흐름 분석

공기청정기 위치에 따른 공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모습.
공기청정기 위치에 따른 기류를 보여주는 실험. 왼쪽이 공기청정기, 오른쪽 검은 물체가 수증기 분출 장비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실내에 설치된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예방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정기 설치 위치에 따라 바이러스를 확산하는 역효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실내 공기청정기의 위치에 따른 공기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공기청정기는 실내에 있는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정화를 시킨 뒤 강하게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공기청정기 흡입구는 아래쪽에, 그리고 배출구는 위쪽에 설계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염원의 위치에 따라 공기정화 기능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 교수는 실제 공기청정기의 위치를 바닥, 그리고 바닥으로부터 8㎝, 16㎝, 24㎝를 각각 떨어뜨려 놓고 수증기의 기류를 살폈다. 그 결과, 바닥에 위치했을 때와 24㎝ 올려놓았을 때는 수증기 기류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림 참조)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호흡을 하는 위치는 바닥에서 1m 이상이다. 따라서 공기청정기 흡입구가 이 정도 위치에 놓여있지 않는 한 비말을 흡입구로 빨아들여 정화시킬 수 있는 효과는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3월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중소규모 콜센터업체에 비말감염 차단을 위한 간이칸막이 설치비와 공기청정기 등의 구입비(2000만 원 한도)를 긴급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의 위치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이러한 지원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함 교수는 “콜센터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며 “청정기의 올바른 설치와 사용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계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감염자의 비말을 해당 부스에서 차단하려면 차라리 칸막이를 높이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역학지인 ‘Epidemiology and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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