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5.01 05:40

수서경찰서, 고소인·피고소인 의견 다른데도 추가 수사 없이 무혐의 결정

수서경찰서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수서경찰서 전경.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장차 비대해질 경찰 권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저는 고소를 진행하며 세간의 우려를 직접 경험하고, 공감하게 됐습니다" 

A씨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의 일부분이다. 지난 1월 중순 B씨를 사기, 횡령, 업무상 배임, 공갈 혐의로 고소한 A씨는 경찰의 '부실 수사'를 주장했다. 양측 의견이 극명히 갈린 상황에서 담당수사관이 피고소인인 B씨 측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종결했다는 입장이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C씨와 사전 공모해 동업 부동산 일부를 미리 인수하기로 약정한 뒤, 동업에 현금투자자로 위장 참여했다.

A씨는 "B씨는 부동산의 25%에 해당하는 약 5억원 규모의 지분을 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2억원 상당의 이익을 본 셈"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B씨가 추가로 공사비 10억원 현금 투자자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약정 사실을 모르는 A씨 등을 현금투자자로 동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기망행위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는 "B씨는 인수물건이 동업에 현물 출자된 건물임을 알고 있었다. 현금투자자로서 동업자 자격을 유지한 채 비밀리에 부동산 일부를 인수한 것은 명백한 동업 출자 자산 횡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B씨와 C씨는 부동산 대출 감정가격을 부풀려 그 차액 1억원을 챙겼다"며 "또한 B씨는 나에게 현금 투자금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받아냈으나, 최종적으로 누가 사용했는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A씨는 B씨, C씨를 각각 수서경찰서와 용인동부경찰서에 관련 혐의로 고소했다. B씨 측은 A씨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A씨에게 받았던 투자금은 공사대금으로 사용했고, 그 외 사항은 이미 합의된 내용이라는 것이 골자다. A씨는 다시 반박 자료를 제시했으며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A씨의 불만은 수사 과정에 있었다. A씨는 "고소인과 피고소인 측 의견이 상반된 상황이다. 당연히 추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지만, 수서경찰서 담당수사관의 태도는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했다"며 "전화를 걸어 '피의자 진술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없는가'라고 묻자 퉁명스럽게 '피의자 입증서류를 보고 연락할 테니 자꾸 전화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 후 아무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혐의' 의견을 달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사실상 피고소인인 B씨 측 의견에 의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 수사관은 "모든 사건을 대질심문할 필요는 없다. 수사관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라며 "그 밖에 수사상의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씨의 공범 혐의로 C씨를 수사 중인 용인동부경찰서 담당수사관의 대처는 달랐다. 오는 5월 11일 A씨와 C씨의 대질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B씨와 C씨를 공범으로 판단해 고소했다. 피고소인과 담당 경찰서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사건이다. 고소한 시점도 1월 중순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한쪽은 대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다른 한쪽은 그런 절차 없이 검찰에 넘겼다. 부실 수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가 '경찰 부실 수사'를 주장하며 제출한 진정서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이유도 여기 있다. 올해 초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으며, 시행이 임박했다. A씨의 고소 건처럼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채 종결할 수 있게 된다. 불필요한 이중조사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도다. 경찰 측은 검·경 이중조사로 인해 연간 최대 1500억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버닝썬 사건'처럼 경찰의 부실 수사·유착 등으로 피해 볼 국민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매년 경찰의 송치 의견이 검찰에서 변경된 경우가 약 4만명에 달한다. 경찰의 불기소 의견 사건이 기소된 경우도 약 4000명에 이른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부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일각에서는 경찰 단계서 수사를 종결하면 국민 불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고소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민사사건의 형사화 현상이 심화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이의제기를 하는 고소인 등의 비율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고소인 등에게 이의제기라는 번잡한 절차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이제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경찰 수사 결과대로 무혐의인지, 재수사할 것인지는 검찰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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