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5.05 10:1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진제공=질병관리본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진제공=질병관리본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국제사회가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고립주의 성향을 고수하는 미국과 유럽과의 마찰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는 불참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40여개국과 독지가들은 이날 열린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를 통해 74억 유로(약 9조9148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3시간 동안 열린 이날 회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주도로 개최됐다. EU 20여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 등 약 40개 공여국이 참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이 공동 구성한 '전 세계 준비태세 감시 위원회'(GPMB)가 추산한 국제적 자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행사로 75억 유로 모금을 목표로 했다.

EU 집행위는 10억 유로(약 1조3398억원)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억 유로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억2500만 유로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억8800만 파운드(약 5899억원)를 각각 약속했다

한국은 5000만 달러(약 613억원), 이탈리아는 1억4000만 유로, 노르웨이는 10억 달러, 스위스는 3억8100만 달러, 네덜란드는 2억950만 달러, 호주는 3억5200만 호주달러(약 2760억원)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사우디는 5억 달러, 이스라엘은 6000만 달러, 쿠웨이트는 4000만 달러, 아일랜드는 2000만 달러, 스웨덴은 1700만 달러, 포르투갈은 1090만 달러, 핀란드는 3930만 달러를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30만 달러를 약속하며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들로부터 6100만 달러를 추가로 걷겠다고 밝혔다.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터키, 모나코 등은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주의 단체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창립자인 멜린다 게이츠도 1억 달러, 팝스타 마돈나도 110만 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불과 몇시간 만에 집단적 약속이 이뤄졌다"며 "전례 없는 국제협력이 가동되는 데 힘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늘은 국제적인 약속 마라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모금액은 국제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 주로 국제보건기구를 통해 진단법, 치료제, 백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모금액 가운데 40억 유로 가량은 백신 개발에, 20억 유로 가량은 치료제에, 15억 유로 가량은 진단 부문에 쓰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행사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대응 국면에서 국제 공조를 이끌기 보다는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회의를 주도한 EU와 통상, 안보, 환경 등 갖은 분야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으며, 친중국 성향의 WHO를 비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안보 문제 때문에 EU와 마찰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전세계 보건 외교의 골절상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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