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05 20:45

"국회는 과거사법·각종 민생법안 통과시켜라"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최승우 씨가 5일 국회의원회관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승우 페이스북)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최승우 씨가 5일 국회의원회관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최승우 페이스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가 5일 국회의원회관 캐노피에 올라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며 고공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최 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곳에 올라온 목적은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과거사법을 통과시키고 각종 민생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빨리 여야가 합의해서 이와 관련된 국회 본회의를 열어라"라고 촉구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1975∼1987년까지 일어난 인권 유린사건으로, 불법감금은 물론 강제노역·구타·암매장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된 사건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이곳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그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으나,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는 데 그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체포하러 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최 씨는 "잡으러 올 수 없게끔 내가 다 조치를 취해놨다"며 "지금 이곳에서 마지막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고공 단식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밑에 있는 동지들이 내가 마실 물을 올려주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이제 좀 편안하게 싸우려고 한다. 형제복지원 사태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투쟁하는 방식은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내가 형제복지원에 있었던 5년 동안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고, 얼마나 많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산꼭대기까지 도망쳐보기도 했었다"며 "결국에는 다 잡혀 들어갔지만, 험한 생활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캐노피에 올라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왜, 국회의원회관 캐노피를 농성장소로 택했느냐'는 질문에는 "국회 본관의 원형 돔(Dome) 위로 올라갈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거기로 올라가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못하기 때문에 의원회관 캐노피로 올라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제 밤이 오는데, 텐트는 가지고 올라갔나'라는 물음엔 "텐트는 가지고 올라왔다"며 "나를 자극하지만 않으면 편안하게 농성할 것인데 아까는 국회 방호과 직원들과 영등포경찰서 정보과 경찰들이 자극을 했다. 자꾸 자극하면서 나를 잡으러 온다면 나는 이곳에서 뛰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회 앞에서 2년여 동안 농성을 이어오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가 국회 구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며 "20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형제복지원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도 그대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강제 구금과 노역·아동학대·폭행·성폭력·살해 등 인권유린 참상과 정권에 의한 개입 및 수사 외압 의혹이 언론보도와 피해자 증언, 지자체 차원의 조사 등을 통해 일부나마 드러났다"며 "이제 형제복지원 사태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가 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법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피해 회복 방안 마련은 전무한 이 상황은 부정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20대 국회는 임기를 만료하기 전 과거사법 개정안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은 과거사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라. 국회가 부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피맺힌 호소에 응답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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