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07 11:18

국립보건원·싱가포르·일본 공동연구, 동양인 43만명 유전체 정보 분석

유전체센터가 만든 한국인유전체칩 제품. 한번에 96개 샘플을 분석할 수 있다.
유전체센터가 만든 한국인유전체칩 제품. 한번에 96개 샘플을 분석할 수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당뇨 유형은 크게 다르다. 예컨대 서양인에선 인슐린저항성 환자가 많은데 반해 동양권에는 인슐린 부족에 의한 당뇨병 환자가 많다. 이는 당뇨병을 일으키는 동서양인의 발병 유전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가 제2형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주는 61개 신규 유전요인을 발굴해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지 5월호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싱가포르 국립대,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이 주도해 동아시아 3개국 약 43만 명의 유전체정보를 분석한 결과로, 동아시아인 대상 당뇨병 유전요인 연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기존 유전체연구의 80%는 서양인 중심으로 수행됐다. 따라서 연구결과를 동아시아인에게 적용하면 질병예측 정확도가 50% 수준까지 낮아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었다. 이번 연구 성과로 당뇨와 관련된 61개의 유전요인이 동양인에게서 새롭게 발굴됐다.

특히 알데히드 분해요소2(ALDH2) 유전자가 남성 당뇨병에 특이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ALDH는 술(알코올)의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다. 이를 해석하면 음주습관이 당뇨 발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여성에선 이 유전자가 당뇨병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또 SIX3 유전자는 동아시아인에서만 제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SIX3 눈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당뇨 고위험군 상위 5%가 일반인에 비해 당뇨병 발병위험이 3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이는 서양의 선행연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개인의 고유한 질병 위험인자를 찾아내면 40대 이전의 당뇨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결과는 맞춤치료로 진화해가는 정밀의학의 기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및 의료정보, 그리고 환경·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예방에서부터 진단·치료에 이르기까지 개인별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연구원에서 자체 개발한 한국인유전체칩과 2001년부터 수집한 대규모 코호트 기반 인체자원을 활용해 진행됐다. 한국인유전체칩에는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 약 20만개와 한국인의 유전체를 대표하는 유전변이 약 60만개의 정보가 담겨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인유전체칩 개발과 유전체 정보생산을 위해 연간 15~20억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도부터는 마크로젠 등 국내 6개 사업체에 기술정보를 공유해 유전체칩을 활용한 바이오사업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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