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5.08 11:28
이용수(왼쪽)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진=YTN뉴스/윤미향 페이스북)
이용수(왼쪽)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진=YTN뉴스/윤미향 페이스북)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 이하 정의연) 등 관련 단체를 비판한 것에 대해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다.

이와 관련해 "현금 들어오는 것 알지도 못하지만, 성금·기금이 모이면 할머니들에게 써야 하는데 할머니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30년 가까이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에 이용을 당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금 10억 엔 사용처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며 "더는 어떤 단체와도 함께하지 않겠다. 다음 주부터 수요집회에 참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윤 당선인을 지지하고 덕담을 건넸다는 얘기는 "모두 윤 당선인이 지어낸 말"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에 대해 "위안부 문제는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씨가 와서 해결해야 한다. 윤미향 씨 국회의원 하면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8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피해자와 함께 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변호조차도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피해 할머니들에게 성금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위안부 합의금 10억 엔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선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어 설명을 드렸지만 우리 할머니께서 아니라고 하셔서 더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후보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의 반응을 긴장하며 기다렸었다"며 "'잘했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또 다른 제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그래 그래, 그러자'고 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에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할머니의 지지는 제게 그런 의미"라고도 얘기했다. 이는 이 할머니가 자신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졌다고 에둘러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성에 앞서 위안부 대책 관련 단체와 성금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수많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들, 그 세월의 몫까지 제 삶에 담아 21대 국회에서 '죽은 자들의 몫까지 함께 해내는 운동'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 길밖에 제가 갈 길이 없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보였다.

한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07년 2월 미 의회에서 처음 열린 위안부 피해 관련 청문회에서 성노예 실상 등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함으로써 미 하원 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 인정 및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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