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5.09 09:40
라인 웹툰, 일본·미국서 높은 인기…자체 IP비즈니스 생태계 몸집 확장 '부심'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한국 웹툰산업이 만화부터 시작해 영화, 음악, 굿즈에 이르기까지 IP 기반 콘텐츠로 세계 시장을 사로잡고 있는 마블·DC 모델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 1분기 네이버와 카카오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원동력에는 공통적으로 웹툰 산업의 급성장이 있었다.
네이버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성장한 1조7321억원이다. 특히 네이버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한 달 이용자 수(MAU) 6200만 명을 달성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거래액 역시 60% 이상 올랐다.
카카오는 1분기 매출 8684억원, 영업이익 882억원 등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웹툰을 포함한 유료 콘텐츠의 1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7% 늘어난 970억원이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 거래액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하루 거래액 2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자체 실적 성장 뿐만 아니다. 웹툰은 양사가 새로운 먹거리로 탐내고 있는 콘텐츠 사업의 기반이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지식재산권(IP)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콘텐츠 IP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웹툰 IP를 영화, 드라마, 웹소설, 다큐 등 2차 콘텐츠로 탈바꿈 시켜 콘텐츠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웹툰의 새 무기 '애니메이션'
네이버는 전통적인 웹툰 시장 강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만화 산업 백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을 웹툰 시장 1순위 이용 서비스로 뽑은 이용자는 81.1%에 달한다. 3순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91.8%에 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 지난 2018년 네이버에서 분사된 네이버웹툰은 2019년 16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전 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런 국내 장악력에 힘입어 네이버웹툰이 새로운 콘텐츠 개척지로 꼽은 곳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이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사실 가장 가까운 산업이다. 하지만 한국은 애니메이션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웹툰 산업의 빠른 성장에도 애니메이션화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협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4월 1일 '신의 탑'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45억 뷰를 돌파한 웹툰 신의 탑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제작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이 맡았다. 여기에 미국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크런치롤'이 투자·유통사로 참여했다. 한국 원작 지식재산권(IP)의 힘에 애니메이션 산업이 활성화된 일본의 기술력과 미국 기업의 유통·배급력을 더한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신의 탑 애니메이션은 공개 후 미국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9위,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랭킹 1위에 올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에피소드가 끝날 때 이 이야기가 어떻게 주간 500만 명의 독자들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은 이어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의 애니메이션화도 기획 중이다. 이 애니메이션들 역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영유아 콘텐츠가 대세이긴 하지만 해외 시장은 다변화돼 있다"며 "애니메이션은 그간 웹툰을 보지 못한 타깃층이 새롭게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 고려요소가 됐다"고 전했다.
◆다음웹툰, 드라마화 '단골손님'
카카오 소속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으로 날개를 달았다.
올해 상반기 다음웹툰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무려 5개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외에도 KBS 드라마 '계약우정',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가 방영을 마쳤다. 오는 5월 20일에는 JTBC에서 '쌍갑포차'가, 25일에는 MBC에서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방영을 준비 중이다. 수사극, 판타지, 로맨스, 학교물 등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은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의 원작자 '광진'이 직접 각본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다음웹툰 원작자가 직접 2차 콘텐츠의 각본이나 연출을 맡은 사례는 이미 있었다. '정상회담: 스틸레인3'을 그린 양우석 작가는 영화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출한 영화감독이다. 이 웹툰은 양우석 감독의 연출로 올해 '정상회담'이란 제목을 달고 개봉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자사의 원작 IP를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확장하며 동시에 소비자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슈퍼 웹툰 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웹툰 IP들은 2차 콘텐츠 확장을 지원받으며 메가히트 IP로 탈바꿈할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지는 프로젝트 첫 타자, 이태원 클라쓰 IP를 활용해 드라마 방영 당시 래퍼 비와이와 협업해 웹툰 OST '새로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로 1월 중순 기준 2억4000만이던 누적 조회 수가 방송 후 3억6000만 대로 늘어났다.
두 번째 프로젝트 작품은 '미생' 윤태호 작가의 신작 '어린-남극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3월 20일 웹툰 공개 하루 전 윤태호 작가가 남극에서 취재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등 콘텐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작가의 취재에 플랫폼 회사가 지원한 사례는 업계 최초일 것이다"라며 "이 프로젝트는 웹툰, 다큐를 시작으로 콘텐츠의 확장과 진화를 꾸준히 발전 시켜 나갈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K스토리 IP로 글로벌 시장 진출"
콘진원의 '만화산업백서'는 "웹툰 플랫폼사들이 경쟁하듯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각종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고 권리 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금 웹툰산업계에서 일반화되고 있다"며 "인기 웹툰을 만들면 반드시 2차 콘텐츠가 제작되고 원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확대되며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구축하는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웹툰을 비롯한 만화 산업은 높은 지분을 차지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8년 9월 국내 대표 만화기업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미디어코믹스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만화 IP 확보를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 진출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카카오는 이처럼 자체 IP 기반을 바탕으로 산하 엔터테인먼트의 배우진과 함께 직접 제작과 라이센싱도 진행한다. 2018년 카카오에 인수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M으로 이름을 바꾼 뒤 연예기획사, 콘텐츠제작사, 영화사를 겸하고 있다. 카카오M은 카카오가 가진 웹툰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비디오 플랫폼과 경쟁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도 분사 후 네이버의 또 다른 자회사 스노우와 공동 출자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 회사 플레이리스트를 설립했다. 웹툰 및 웹애니메이션 제작사 리코, 스튜디오JHS 등과 영화사 스튜디오N도 네이버웹툰의 자회사다. 네이버웹툰의 IP 스튜디오가 새로운 작품을 생산하면 영상 콘텐츠 기업이 2차 콘텐츠를 제작한다.
네이버웹툰은 이를 통해 IP발굴과 이어지는 라이센싱, 2차 콘텐츠 개발까지 웹툰에서 시작하는 자체 IP비즈니스 생태계의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K웹툰의 힘과 2차 콘텐츠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곳은 결국 글로벌 시장이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 라인 웹툰은 지난해 일본 비게임 부문 1위, 미국 앱 월간 사용자 수 1100만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돼 '갓오하', '노블레스' 등 애니메이션과 함께 글로벌 이용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카카오는 일본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25% 성장한 플랫폼 '픽코마'의 인기에 힘입어 또 다른 시장 진출을 노린다. 카카오는 K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올해 대만, 태국, 중국 등지에 새로운 플랫폼을 열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지난 7일 컨퍼런스 콜에서 "양질의 스토리 IP 수급을 강화해 점차 웹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로컬 파트너와 협력해 꾸준히 성장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