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08 19:0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울림과 공감, 참여가 바로 정치"
"정당정치의 중앙화가 문제...일본처럼 '지방정당' 활성화 이뤄져야"
"연구용역 발주보다 시민들 의견 모으는 플랫폼으로 해결하는게 나아"

'자칭·타칭 지방분권 전도사'를 자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정태(57) 서울시의원을 지난 7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사진=원성훈 기자)
'자칭·타칭 지방분권 전도사'를 자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정태(57) 서울시의원을 지난 7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자칭·타칭 지방분권 전도사'를 자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정태(57) 서울시의원을 지난 7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김 의원은 지난 8대부터 지금 10대에 이르기까지 내리 3선을 했고, 서울시의회에서는 명성에 걸맞게 '지방분권 TF단장'을 맡고 있고 '전국시도의회 지방분권 TF단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에게서 지방자치·지방분권의 과제부터 대의민주주의에서부터 직접민주주의의 조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들어봤다.

- 정치를 왜 하려했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나.

"사실, 나는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했다. 특히 시의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시작했다. 또한 내 역할이 어떤 한계가 있고 내가 무엇을 할수 있을지를 알고 시작했다. 내가 15대 국회때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했고, 과거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으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다른 시의원들과는 조금 달리, 정치를 알고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목에 힘이 들어갔다면 사실상 그 사람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어떤 3선 의원이 있었다. 초선 때는 잘했지만 3선이 되니 목에 힘이 들어간 것을 보고 속으로 '이제 끝났구나' 했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변화가 선한 모습으로 바뀌는 변화여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든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한다든지 하는 순간 위기를 맞게된다. 정치인들은 그런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울림과 공감, 참여가 바로 정치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내가 하는 일이 사회적인 울림을 가져서 공감을 끌어내고 그로 인해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본다는 뜻이다. 그런 정치를 할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에 대해 내부에서 본 소회는.

"맨처음 시의회에 들어왔을 때 시의회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스러웠다. 구체적으로 꼽아보면, 시의원들이 자기발전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시민의 대표이자 동네 주민들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시의원들이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특히 예산심의를 하다보면 이것이 지역예산인지 공익예산인지 사업예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나 스스로는 다른 시의원들의 이런 모습을 닮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적어도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나에게 '이것을 해주면 나는 당신에게 뭐를 해줄께'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온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지 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의 성추행이나 성폭행 및 외유성 해외여행에 대한 생각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이른바 선진국으로 나가서 뭔가를 보고 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라고 본다. 뭔가 특별한 연구목적의 해외시찰이라면 더 좋겠지만, 선진문물을 보고 오는 것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해외로 나가면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이 점이 중요하다. 그러나 일례로, 골프 치러 해외로 나가는 것과 뭐라도 하나 배우려고 나가는 마음은 처음부터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티가 난다. 배우려는 자세로 나갔다면, 하다못해 우리나라와는 규격과 크기와 재질이 다른 보도블럭을 하나 보더라도 그것에 대해 탐구하려는 자세가 된다. 

서울시의회 같은 경우, 시의회 의원외교 차원에서 서울시의회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로 해외견학을 가는데 개인적으론 일본의 동경도의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이 성(性)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도 있지만 정신적 자질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여기에다가 부패인지 감수성 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된다고 본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인지 감수성'이 뛰어날수록 정치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과 시의회의원들이 '주종 관계화'됐다는 평가에 대한 소신은. 

"국회의원과 시의회의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관계는 좋다. 이를테면, A 지역위원장이 B 시의원 후보를 추천해서 B가 결국 공천을 받았는데 그가 사고를 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건 A 지역위원장이 책임을 진다. 이런 모습은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는 '통제 지휘권한'인데 이것 역시 좋게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다만, 이것의 단점은 아무래도 시의원들에 대한 '자율성 침해'와 '정치적 줄서기 악습'이다. 특히 시의원들이 본연의 업무는 도외시한 채 이런 것에 매몰될 경우 그것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의 첫 단계가 지방의회의 위상정립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정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정당 정치의 중앙화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오사카 유신회라든지 동경 네트워크 등의 '지방 정당'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정당 형태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지방정당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김정태 서울시의원은 두 손을 모은 채, 시종일관 미소를 띈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정태 서울시의원은 두 손을 모은 채, 시종일관 미소를 띈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내 생각대로라면, 국회의원들은 100% 비례대표로 전환해 이들에게는 국방이나 외교 등의 국가적 차원의 테제를 담당케하고 지역의 살림은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맡기는 형태로 재편하는 것이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수 많은 법안 중의 대부분이 아주 구체적인 민생법안이다. 따라서, 이런 법안들은 국회가 아닌 지방의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나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말을 한다. '광역의원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기초의회 의원들에게 이런 것을 맡기기는 좀 어렵지 않나'라는 견해가 있는 것도 안다. 첫째로, 기초의회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너무 떨어진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인 케이스로 봐야 한다. 서울시는 지방교부세 비교부단체라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도 시의 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 정도의 재정상태지만, 기초의회는 이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권한이양'이라는 부분에서 할 말이 좀 있다. 일례로, 서울시의회에서 각 구청으로 예산을 내려주는 것까지 관여하면 광역의원의 권한이 커진다. 이럴 경우, 그 자체가 이권이므로 비리의 온상이 되기 십상이다. 일례로, 서울시의회에서 96억의 예산을 배정받아 집행한 영등포구 당산2동 주민센터의 경우 시공업체 선정 등에서 서울시의회 의원이 지정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회에서 서울시의회로, 서울시의회에서 구의회로 순차적으로 권한을 대폭 이양해주는 과정에서 '권한의 적절한 분산'은 물론이고 적정한 감사가 필수적으로 대두된다는 얘기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는 어떤 관계여야 하나.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는 상충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대의민주주의 속에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게 바람직한 형태라는 뜻이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는 충돌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라는 의미다.

지방분권은 '각성된 시민들'이 지방의회를 감시하는데서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큰 단위에서는 어려운 일이 동 단위처럼 작은 단위에서는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동장과 동네 주민센터 정도는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각성된 시민들'이 조직화되지 못한 상태인데, 그래서 정의당이나 민중당 같은 진보정당들이 자율적으로 일정부분 '각성된 시민들'의 역할을 대체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전횡이라는 문제가 나타난 적도 있고 향후에도 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런 점은 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그야말로 '각성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제도속에 포용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은 사실, 그동안은 없었던 새로운 사회현상이 터져 나오면, 서울대를 비롯해 유명 대학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연구용역 발주보다는 실제로 시민들의 견해를 광범위하게 모으고 이를 토대로 그에 합당한 플랫폼 창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최근 '코로나19 사태'때 정부에서 시행한 '마스크 5부제 판매' 과정에서 어떤 동네의 어떤 약국에 언제가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스마트폰 앱 정보가 가동됐다. 이렇듯이 이런 것들을 대다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플랫폼을 창출하고 그것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면 상당 부분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실제로 지방정치에 녹여내는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런 식의 정치를 제대로 펼치는 게 저의 꿈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정치를 반드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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