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5.10 07:00

'동네 인증' 거쳐 반경 6㎞ 이내서만 활동 가능…강력한 지역기반 속 중개수수료 없이 광고비로 운영

중고거래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exels)
중고거래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pexels)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치열한 경쟁 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인 블루오션을 조합한 말로 '퍼플오션'이 있다. 포화 상태인 시장 속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는 의미다.

2015년 출범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중고나라'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우뚝 섰다는 점이 돋보인다.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서 현재 180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선두주자인 중고나라와 후발 경쟁사들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 당근마켓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으로 거래 범위가 제한된다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의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중고거래 앱 총 설치 기기 수는 당근마켓이 660만대로 1위를 기록했다. 번개장터는 235만대, 중고나라는 136만대, 헬로마켓 59만대, 옥션중고장터 24만대에 그쳤다. 사용률 역시 당근마켓이 67.6%로 가장 높았으며, 번개장터 57.2%, 헬로마켓 42.3%, 옥션중고장터 39.7%, 중고나라 32.5%가 뒤를 이었다.

당근마켓의 일일 사용자 수는 현재 약 156만명 수준으로, 중고거래 업종을 포함하는 전체 쇼핑 앱 중에서도 쿠팡(397만명)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주민간 직거래'로 차별화…"30~40대 여성 주부층에 인기"

당근마켓은 동네 주민간 직거래를 위한 서비스로, 동네 주민임을 확인하기 위해 GPS 기반으로 '동네 인증'을 필수로 해야 한다. 인증을 받지 않는다면 판매자나 구매자로 활동할 수 없다.

이같은 콘셉트와 맞게 이름도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의 줄임말이다. 동네는 반경 6㎞ 이내로 정해져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거래 반경이 3~4㎞ 이내까지 줄어든다.

기자가 이용해본 결과, 최대 2개까지 자신이 사는 동네를 설정할 수 있었다. 뉴스웍스 본사가 위치한 쌍림동으로 설정하면 근처 동네 2~274개까지 범위를 좁히거나 넓히는 것이 가능했다. 

현재와 같은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중고거래 앱은 전국적으로 '택배 거래'를 유도하는 반면, 당근마켓은 '직거래'를 권장하기에 수요와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을 우려가 있다. 즉, 물건과 사람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거래를 일어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2015년 7월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론칭한 이후 3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결과다. 당근마켓은 판교동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용인시 수지구로, 수원시로 서비스 지역을 남쪽으로 넓혀 나갔다. 이후 판교의 북쪽인 서울 송파구, 강남구 등지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당근마켓은 2018년 1월 들어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됐다고 한다.

가파른 성장세에는 TV프로그램의 영향도 있다. 올해 2월부터 방영된 JTBC '스타와 직거래-유랑마켓'에서 인기 연예인이 자신의 물건을 동네 주민과 직접 거래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전해질 때마다 사용자 유입이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고거래 앱의 이용자를 살펴보면 남녀 성비가 동일하게 나타나는 반면, 당근마켓의 경우 유독 30~40대 여성의 비율이 높다"면서 "지역 기반의 직거래 서비스가 특히 가정 주부층을 공략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서비스, 수수료 없애고 거래 위험 줄여…지역광고 효과도 높아

중고거래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불신'이 꼽힌다. 구매자는 개인 판매자를 통해 물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받기 어렵고, 사기에 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중고나라는 안전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전거래 시스템으로 거래가 진행되면 구매자가 먼저 금액을 결제하고 판매자는 수락 후 물건을 발송하게 된다. 이후 구매자가 물품에 대한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물건을 사겠다고 결정을 내려야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안전결제로 구매하는 경우 수수료는 판매자가 부담한다. 수수료는 신용카드 3.74%, 실시간 계좌이체 1.65%, 무통장입금 275원이다.

(사진제공=당근마켓)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당근마켓 사무실. (사진제공=당근마켓)

이와 달리 당근마켓은 지역 내에서만 직접 만나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직거래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기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구매하려는 물건을 직접 보고 하자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택배 거래로 인한 배송비와 소요 시간이 절감된다. 또 원거리 이동이 어려운 가구나 전자제품 등의 판매도 보다 활성화된다.

당근마켓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 직접 거래를 하기에 별도의 중개 수수료가 없다. 따라서 당근마켓의 유일한 수익은 '광고비'로 알려져 있다.

당근마켓은 애초부터 '지역광고'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네 구인·구직, 부동산, 농수산물, 지역업체, 과외 등 여러 분야에서 소상공인과 개인, 비영리 업체를 위한 광고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중고거래 앱 또한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당근마켓은 지역상권의 핵심 고객층에 광고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지닌다. 동네 주민간 서비스를 구축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벼룩시장과 같은 종이신문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들이 모바일 앱으로 옮겨진 셈이다.

당근마켓 측은 "전단지·지역신문·버스광고 등 기존 오프라인 지역광고에 비해 많게는 20배 이상의 가격 대비 광고 노출 효과를 제공한다"면서 "광고비는 평균적으로 1000회 노출당 비용이 4000~5000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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