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08 20:30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

우리 신체에서 심장만큼 부지런한 장기도 없을 것이다. 크기는 어른 주먹만 하지만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혈액을 뿜어댄다. 매일 10만회 이상 박동을 하니 온몸으로 공급하는 혈액의 양이 무려 6톤에 이른다. 심장은 부지런한 사람을 좋아한다.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길이 '장수의 길'이기 때문이다. 요체는 신선한 혈액을 우리 몸에 공급해주기 위해선 심장근육을 튼튼히 하고,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심장도 긴 휴식모드에 들어간 듯하다. 문제는 심장이 '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TV와 심장병 발병률 및 사망률과의 상관관계가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해외 연구이긴 하지만 TV를 하루 1시간씩 매일 고정적으로 보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7% 증가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특히 편안한 자세로 감자칩을 먹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족이라면 더욱 우려스럽다. 트랜스지방의 섭취량이 2% 증가할 때마다 심장혈관질환 발병 위험율이 약 2배 증가해서다. 게다가 쇼파에 장시간 앉아있으면 다리의 혈액이 정체해 혈관에 피떡(혈전)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이 된다.

우리가 걸을 때는 발바닥이 펌핑 기능을 대신해 혈액을 열심히 심장 쪽으로 보내준다. 발을 ‘제2의 심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많이 걷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심장질환이 더 무서운 것은 고위험 요인들이 상호 시너지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컨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가계력이 있거나, 고칼리 식사를 선호하는 비만인, 애연가 등이 그들이다. 모두 동맥경화로 인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사람들이다.

이런 고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 장거리 운전을 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신체활동이 줄어드는데다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가 심장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고, 맥박수와 혈압을 증가시킨다. 이는 부정맥과 협심증, 심부전증이라는 기존 심장질환을 악화시킨다.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운전을 할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혈전용해제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에 따른 혈관의 변화가 주범이다.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체온유지를 위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을 발산하는데, 노인이나 고혈압 환자가 갑자기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속하게 수축해 혈관압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로 인한 심장질환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차를 5℃ 이내로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심장에는 유산소 운동이 보약이다. 운동 강도는 분당 최대 심박수에서 60~75%가 적당하다. 보통 약간 숨이 차는 정도다. 연령별 최대 심박수는 220에서 본인의 나이를 빼고, 이 수치의 70% 수준으로 정하면 된다.

운동을 하면서 수분을 중간중간 섭취하는 것도 요령이다. 탁하고 걸쭉한 혈액을 맑게 희석시켜 혈액순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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