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5.09 11:44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상장도 하지 않았는데 기업 가치가 1조를 넘긴다면 그야말로 대단하다. 마치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최근 정부는 이러한 유니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부터 유니콘기업 육성을 위한 'K-유니콘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달에는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유니콘'을 오는 2022년까지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2019년 기준 예비유니콘은 235개다. 

새끼 유니콘들을 모아다 성체(成體)로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현재 11개인 유니콘기업을 2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벤처 업계는 일단 반기는 모양새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벤처 활성화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더욱 의미가 있다. 

문제는 방향이다. 단순히 유니콘기업 육성, 스타트업 활성화 등의 추상적인 목표를 넘어 '2021년까지 유니콘기업 20개'라는 구체적 수치를 정했다. 정책 성과 달성을 위해 유니콘 수 늘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질까 우려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지원받아 몸집은 불렸으나, 수익모델은 취약해 적자에 시달리는 유니콘기업이 많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워크'가 대표적 예다.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를 넘긴다는 평가를 받던 위워크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가치가 폭락했다. 결국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는 실패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기업가치가 80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역사상 가장 빨리 유니콘기업이 된 '루이싱커피'의 몰락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난 4월 루이싱커피는 2019년 매출을 22억 위안(약 3810억원) 부풀렸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회계 조작이 밝혀진 후, 하룻밤 새 루이싱커피의 시가총액 66억 3000만 달러(약 8조1760억원) 중 49억 7000만 달러(약 6조 1000억원)가 사라졌다. 

중국은 스타트업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유니콘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에는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유니콘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루이싱커피 사태 후, 급성장한 중국 유니콘기업들을 재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넥스트 루이싱'으로 거론되는 중국 유니콘기업도 적잖다. 

정부는 눈에 보이는 숫자가 아닌, 유니콘이 뛰놀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바란다.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눈이 흐려진다. 유니콘으로 분장한 조랑말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억지로 만들어 낸 유니콘기업이 제2의 위워크, 루이싱커피가 되지 말란 보장도 없다. 겉은 화려해도 속이 병들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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