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1 11:15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팀, 사타구니 정맥으로 카데터 넣어 접근…개흉술 위험한 고령층에 희소식

마이트라클립을 이용한 승모판막 재건술을 시술하고 있는 장기육 교수팀.(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마이트라클립을 이용한 승모판막 재건술을 시술하고 있는 장기육 교수팀.(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으로 카데터(도관)를 넣어 망가진 승모판막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술법이 국내에서 선보였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구조심질환 중재시술팀(장기육·정우백·황병희 교수: 이상 순환기내과)은 개흉술 중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의 승모판역류증 환자에게 마이트라클립(Mitraclip)을 사용해 승모판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87세 남성인 환자는 지난해 12월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중증 승모판역류증(severe MR)을 진단 받았다.

승모판역류증은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되면 좌심실에서 전신으로 보내는 펌핑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호흡곤란과 심실비대 등 갖가지 심부전 증상이 나타난다. 이 같은 퇴행성 판막질환 환자 수는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중증 승모판역류증 환자에겐 수술로 판막을 바꿔주거나 성형술로 판막을 다듬어줬다. 문제는 환자가 나이가 많거나 다른 질환을 동반했을 때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경피적 경도관 승모판재건술(Percutaneous 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air with Clip)로 명명된 이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타구니 쪽 정맥으로 카데터를 넣어 좌심방까지 진입한 뒤 클립으로 망가진 승모판을 고정시켜주는 시술이다. 이렇게 판막의 틈을 막으면 승모판이 개폐될 때마다 발생하는 혈액의 역류를 막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10여년 전부터 10만여 건 이상의 마이트라클립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승인을 받아놓고도 여러 이유로 아직까지 시술을 하지 않고 있었다.

2012년부터 경피적대동맥판삽입술(TAVI)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장기육 교수는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개심수술이 위험한 고령환자에게 좋은 치료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판막질환 분야에도 최소침습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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