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1 14:40

세브란스 소아심장과 김아영·신유림 교수팀, 국내에서 가장 긴 보조장치 생존 기록 남겨

박군 어머니와 김아영 교수,신유림 교수(왼쪽부터)가 건강을 되찾은 박군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박군 어머니와 김아영 교수,신유림 교수(왼쪽부터)가 건강을 되찾은 박군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8개월 동안 심장보조장치로 생명을 이어가던 어린이가 뇌사자의 심장 기증으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번 사례는 국내에서 ‘체외형 좌심실보조장치(LVAD)’를 장착하고 가장 오랜 기간 심장기능을 유지한 임상증례로 기록됐다.

세브란스병원 선천성심장병센터 김아영, 심장혈관외과 신유림 교수팀(이상 소아심장과)은 지난해 8월부터 승모판막 기능부전으로 오랜 기간 LVAD를 장착했던 박군(5세)에게 최근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해 건강을 되찾게 해줬다고 11일 밝혔다.

희귀성유전질환인 확장성심근병증을 앓던 박군(5세)이 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병원에서 2년여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악화돼 에크모(ECMO)치료를 받는 상황까지 진행된 것이다.

의료진은 결국 박군이 심장이식 외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좌심실보조장치를 달기로 결정했다. LVAT는 당분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시켜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임시방편의 치료방법인데다 병원에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이때부터 각종 합병증 관리는 물론 보조장치 기능을 유지하도록 의료진의 세심한 관리가 계속됐다. 특히 어린이 뇌사자의 장기기증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가족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애만 태우는 막연한 시간이 흘러갔다.

뇌사자의 기증은 지난달 6일 극적으로 이뤄져 동시에 이식수술이 진행됐다. 박군에게는 이날이 LVAT를 장착한 8개월간의 힘든 여정을 끝내고, 생명을 위협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부터 벗어난 날이 된 것이다.

집도의인 신유림 교수는 “워낙 심장기능이 약화돼 뇌사자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며“선천성심장병센터의 다학제 협력시스템이 국내 최장기간 소아 심실보조장치 유지기록을 세울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박군은 이식수술 이후 장기 기능이 회복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 아래 4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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