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5.11 17:47

"서버 공개도 안된 텔레그램에 대한 법 집행 어려울 것"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인터넷 업계가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우려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 전 졸속 입법으로 사적 검열, 국내 업체 역차별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1일 "지난 7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인터넷 기업들은 이 법으로 사생활 보호, 통신비밀 보호,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침해 및 사적 검열 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법안에 대한 공동 질의서를 제출했다.

인기협 등 단체는 통과된 법문은 사업자가 모든 이용자의 이메일, 카페 및 블로그, 클라우드, 메신저 등 게시물 및 콘텐츠 전체를 들여다봐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이 민간 사업자에 사적 검열을 강제할 것이라는 우려도 언급했다. 

이들 단체는 "이 과정에서 사생활 및 통신비밀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어떤 보완사항을 검토 중인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아울러 법이 'n번방' 문제가 발생한 텔레그램 등 해외사업자가 아닌 국내 사업자에게만 규제로 작용해 역차별을 일으키리라는 지적도 다뤘다.

단체는 공식 질의서를 통해 "해외사업자의 메신저, SNS 서비스 등에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가가 업계 관심사다"라면서도 "텔레그램은 서버가 어디 있는지 공개된 바 없으며 담당자와 직접적인 소통도 쉽지 않다. 사실상 법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학계와 언론의 공통된 우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집행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불법촬영물 등 불법정보 차단 관련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내사업자에 또 하나의 의무가 추가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 등을 심화 시켜 국내 인터넷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동통신사 문자메시지 등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 규제대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물었다. '서비스 안정수단',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그 기준이 다소 모호한 개정안 내 용어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사업자에 불법 촬영물 삭제·접속 차단 등 유통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불법촬영물 처리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 제출, 의무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이 의무로 주어진다. 국외 사업자도 역외규정에 따라 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 법안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영상 배포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n번방' 등 인터넷 성착취물 피해를 막기 위해 나왔다. 지난 7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인기협 등 3개 단체는 체감규제포럼과 함께 오는 12일 20대 국회의 쟁점법안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이들은 "n번방 사태 이후 쏟아지는 법안들이 산업계를 옥죄는 규제를 담고 있음에도 국회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며 규제대상 끼워 넣기, 과도한 규제양산 등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비롯해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등 인터넷 산업 관련 법안들의 부작용을 표명하고 사회·경제적 숙의 기간을 거칠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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