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5.12 10:30
KB국민카드 홈페이지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 이미 상단에 '지원금 신청 완료' 팝업 문자가 날아왔지만 기부 페이지로 연결돼 신청 과정이 마치 끝나지 않은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카드로 충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기부해버렸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며 ‘강제기부’ 논란이 일었다. 마치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처럼 항목에 적힌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누르다가 ‘기부’ 항목도 클릭해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금 신청 페이지와 기부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세대주가 보유한 카드사 홈페이지의 지원금 신청 페이지에 접속해 개인정보 입력, 본인 인증, 지원금액 등의 단계를 순서대로 거쳐 신청할 수 있다. 기부 메뉴는 지원금 신청 후에 바로 나와 신청 과정이 마치 끝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일부 신청자들은 “지원금이 제대로 신청된 건지 ‘긴가민가’하다”고 혼란스러워 했다.

이 같은 혼란은 정부의 지원금 신청 운영 시스템 가이드라인에 초래됐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업계는 “신청 페이지와 기부 페이지를 별로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으나 정부는 신청과 기부를 동일한 페이지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카드사에 지침을 준 것이다. 

물론 지원금 신청 및 기부 페이지를 꼼꼼히 읽으면서 과정을 진행하면 원하지 않은 기부를 하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 금액을 입력하거나 전액기부 칸을 누르지 않는 한 기부되지 않는다.

다만 페이지를 둘로 나눠 만들도록 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직장인 A씨는 “기부 메뉴에 ‘기부하지 않을 고객은 기부금액을 입력하지 마시고 본 창을 닫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지만 그렇다고 닫으면 신청이 완료되지 않은 기분이 든다”며 “어른들은 하단 완료 버튼을 눌러야 모든 과정이 완성된다고 착각하실 수 있는데, 그 버튼은 ‘기부금액 입력 완료’ 버튼”이라고 말했다.

전액기부 칸을 체크하거나 금액을 입력하지 않으면 해당 버튼을 눌러도 기부되지 않지만 고객에서 충분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직장인 B씨는 “은행계좌를 뚫거나 홈페이지 신규 회원 가입할 때처럼 글을 꼼꼼히 읽지 않다가 전액기부 칸을 누를 뻔했다”며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부해버린다면 신청자의 잘못이긴 하나 페이지를 운영하는 카드사도 혼란 야기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용·체크카드를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충전 액수는 이날 0시 기준 총 1조2188억원(80만8000가구)였다.

한편 기부금은 추후 고용보험기금의 재원으로 이관돼 고용안정·직업능력 개발 사업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자는 기부액에 대해 연말정산시 15%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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