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13 15:01

"뉴스 통해 인지했다던 시각엔 이미 '상황 문자 발송' 이뤄져"

청와대의 모습. (사진=KBS뉴스 캡처)
청와대의 모습.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각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이르다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조위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청와대의 참사 최초 인지·전파 시각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등 관련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청와대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YTN 뉴스 속보를 통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하고, 9시 24분 이를 청와대 내부에 전파한 이후 대통령 보고·초동조치 등을 수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특조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19분에 이미 국가안보실 전원과 정무·국정기획수석 등 총 153명에게 상황을 전파하는 동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조위는 "관련자 진술과 메시지에 기재된 탑승 인원(474명)을 확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최초 상황 인지 후 메시지 발신까지는 10분 정도가 소요됐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기관리센터가 오전 9시 10분 전후로 참사 발생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라 특조위는 참사 인지 경위와 시각을 허위로 기재한 자료를 작성하고 국회 등에 제출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참사 인지 시각을 오전 9시 19분이라고 밝힌 김 전 1차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문호승 특조위 상임위원은 "김 전 비서실장 등 수사요청 대상자들은 기발표된 시각 이전에 사고를 인지했음을 인정할 경우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304명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책임지기보다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참사 진상규명 또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규탄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최초 인지 시각에만 집중하지 말고, 누가 이런 허위 보고를 올렸고 왜 이렇게 조작까지 해야 했는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도 적극적으로 공조해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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