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4 12:03

서울성모병원 인용 교수팀, 오랜 통증 경험으로 중추신경 과민 반응하는 '감작현상' 때문

인용 교수(왼쪽)와 고인준 교수.
인용 교수(왼쪽)와 고인준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무릎인공관절 수술이 잘 됐는데도 왜 만성통증이 계속될까. 이 같은 통증의 원인은 이미 수술 전 나타나는 ‘중추신경 감작’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성모병원 인용 교수와 은평성모병원 고인준 교수(이상 정형외과)팀은 무릎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환자 222명을 대상으로 2년 간 수술 전후 중추신경감작 정도, 무릎 상태, 만족도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소개했다. 

인 교수팀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환자는 모두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뒤 무릎기능과 영상의학검사결과가 정상이면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들이다. 수술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통증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환자인 것이다.

중추신경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란 중추신경계가 통증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따라서 중추신경계가 감작된 사람은 대수롭지 않은 자극에도 통증으로 느끼거나, 약한 통증도 강하게 증폭된다. 말하자면 학습효과 같은 것이다.

교수팀은 이들 환자에게 수술 전 중추신경감작검사를 시행해 중추신경감작 환자군(55명, 24.8%)과 비감작 환자군(167명, 75.2%)으로 나눴다. 그리고 수술 전과 수술 24개월 후, 두 환자군의 중추신경감작 정도, 통증 척도, 무릎 기능점수, 만족도 등 다양한 항목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전 중추신경이 감작된 환자들이 대조군인 비감작 환자들보다 수술 만족도와 삶의 질 등 예후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감작 및 통증점수 등 평균값과 지속적인 통증 경험치가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관절염환자들에게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고인준 교수는 “장기간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다보면 중추신경에 통증이 감작(학습)될 수 있다”며 “이런 환자들은 수술로 통증의 원인이 해소돼도 중추신경이 과거처럼 여전히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증 원인을 깨끗이 치료하면 중추신경 감작도 다시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가설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이러한 통증의 중추신경 감작현상이 무릎수술을 앞둔 환자의 20~3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면 이들 감작환자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용 교수는 무릎 인공관절치환술 시행 전에 환자들의 중추신경감작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추신경 감작으로 진단된 환자에게는 수술 전부터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을 선별적으로 투여하고, 수술 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다학제 재활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인공관절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Arthroplasty’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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