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14 14:10

이대근 "'견제 우선·조건부 협력, '가난한 정치'로 전환해야"
이상일 "선명한 진보적 가치 복원이 정의당의 1차 과제"

정의당의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정의당의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서 심상정(전면 왼쪽 두 번째) 정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의당의 싱크탱크인 정의정책연구소가 14일 국회에서 개최한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에서는 정치분야 전문가들이 정의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부었다. 

이대근 우석대 교수는 토론문에서 "진보층의 증가, 정치참여의 확대, 사회개혁 욕구 증대, 원내 제3당의 존재감 상실 등 진보정당에 유리한 여건 속에 치러진 선거임에도 (정의당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겉보기에 현상 유지이지만, 실제는 후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의당이 충분히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노선과 정책, 차별성, 존재감을 과시했다면 기성정치에 실망한 유권자 사이에서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정의당은 시민들을 유인할 만한 매력을 스스로 발산하지 못했고 결국, 이 같은 정의당의 역량 부족은 역설적으로 양당 체제를 재생산하는데 기여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정의당은) 생기발랄했던 진보 정당에서 낡고 노쇠한 정당으로 전락했다"며 "기성 정치 논리와 정치공학에 익숙하고, 스스로 거대하다고 착각하는 '거대한 소수당'을 자처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새로운 의제와 담론으로 기성 정치를 깨우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득권 정당으로부터 지대 할당 받으려는 마름 정당이 됐다"며 "조국 옹호로 민주당 2중대로 변질됐고, 4년 전 대비 지지율 상승은 시민이 진보정당 지지할 의사가 있음을 잠재적으로 표출한 것임에도 정의당은 이를 흡수할 준비가 부족했음이 드러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4년 전의 6석이 가능성을 품은 숫자였다면, 현 6석은 희망의 씨앗이 보이지 않는 동결된 6석"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비판'에 이어 '대안'도 내놨다. 그는 "정의당이 '엘리트 정치'에서 '가난한 정치'로 전환해야 하고, 민주당에 기대지 말고, 기성 정치에 매몰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고독하게 홀로 싸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엘리트 정치를 중단하고, 정의당 전체가 (故 노회찬 의원이 주창했던) 6411번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협력 우선, 조건부 견제'에서 '견제 우선, 조건부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집권당은 이미 정의당을 버렸으니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라. 정의당은 자유를 얻었다"고 일갈했다.
 
특히 "공룡 민주당·기득권 세력으로서의 문재인 정부, 주류로서의 집권세력은 필연적으로 보수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민주당과의 협력은 진보적 의제에 부합하는 분명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민주당과의 협력은 민주당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의당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해야 하며, 그것도 제한된 의제·제한된 시간·제한된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사안에 따라 시장주의적 보수에서 사민주의적 진보 등 광폭행보를 할 것이므로 견제와 협력의 타이밍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상일 캐이스탯컨설팅 소장도 "민주당과 통합당이라는 거대 대형마트가 상권을 분점하는 정치시장 구조에서 정의당의 전략은 사실상 민주마트의 1개 점포 위상을 벗어나기 어려워졌다"며 "대형마트의 횡포에 무방비 상태"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러한 선거전략은 정의당의 고유 아젠다와 비전, 가치를 중심에 두는 정치행위를 제약하게 됐으며 '2중대'라 불리는 선거 흐름을 사실상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힐난했다. 
  
이 소장은 "정의당은 이제 시대정신·시대흐름을 읽는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주 vs. 반민주라는 과거의 관점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정치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누가 나의 삶과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정치를 모색하는 데 여전히 정치권, 정당들은 민주-반민주,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틀에 매인 채 기존 정치문법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프랑스의 마크롱, 미국 민주당 예비경선의 앤드류 양의 성공 또는 미완의 성공은 기존 정치질서가 해결해 주지 않거나 외면하는 사회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라며 "선명한 진보적 가치라는 메시지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정의당의 1차 과제"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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