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5.15 20:05

‘헤이 BMW, 나 더워’ 말하면 에어컨 자동 작동…쌍용차 인포콘 적용 리스펙 모델, 음성명령 통해 자녀 질문 공세 '해결'

음성인식 기술의 핵심은 잘듣고 잘 이해하는 것이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음성인식 기술의 핵심은 잘듣고 잘 이해하는 것이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ㅇㅇ야 차 시동 걸어줘” “ㅇㅇ야 어디로 가자” “ㅇㅇ야 A에게 문자 보내줘” 등 자동차를 말로 시동을 걸고 길을 찾아가고, 문자도 보내는 등 이제 말로 하면 뭐든지 되는 시대가 왔다.

1982년 미국에서 방영된 ‘전격 Z 작전’에 등장하는 말하는 최첨단 자동차 키트(KITT)가 우리 앞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키트는 자율주행 기능과 자연스런 대화와 상황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AI)가 탑재된 것으로 묘사되었다. 또한 고성능 센서, 가변 선팅 기능, 번역 기능, 무선 인터넷, 전자전 능력, 방탄능력, 점프 능력 등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실현하려고 하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와 자율주행차의 최종형을 보여줬다. 기존 기술로 대규모 개발자금만 투입한다면 이 정도 수준의 차를 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이제 레벨 3의 양산차 탑재를 준비 중인 지금 IT 기술이 융합된 커넥티비티(Connectivity)의 핵심인 인공지능기반 음성인식 기술이 급격한 발전을 보이며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쌍용자동차의 인포콘 서비스 중 지식검색과 원격제어 기능(사진=쌍용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쌍용자동차의 인포콘 서비스 중 지식검색과 원격제어 기능(사진=쌍용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쌍용차 인포콘 “자연어 인식 능력과 편의성 좋아”

지난달 2일 쌍용자동차는 커넥티드카 시스템인 인포콘을 탑재한 리스펙 티볼리와 코란도를 출시했다. 쌍용차는 LG유플러스와 네이버 AI 기술 클로바와 협력해 인포콘을 개발해 상품화 했다. 

쌍용차의 첨단 커넥티드 시스템 인포콘(Infoconn)은 코란도와 티볼리 두 모델에 적용됐다. 서비스 영역은 크게 안전 및 보안, 비서, 정보, 즐길거리, 원격제어, 차량관리로 구성되어 있다. 

인포콘이 적용된 리스펙 모델의 차량은 모바일 앱으로 차량 시동에서부터 에어컨 작동이 가능하다. 뜨거운 여름에 출발 전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작동 시킨 후 천천히 차를 타면 된다. 또한 미리 보내 놓은 목적지가 입력되어 있어 바로 출발하면 된다.

이제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부모들은 당황할 필요가 없어진다. 아이들의 곤란한 질문에 인포콘을 이용한 음성명력으로 질문에 답을 구하면 된다.

인포콘은 차량 내부 시스템은 물론 스마트폰과 외부 연동된 홈 IoT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우수한 음성인식률과 자연어 처리 능력을 자랑하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접목해 다양한 명령어를 음성으로 수행할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전문 음악 플랫폼을 활용한 스트리밍과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인포콘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르노, 1981년부터 음성감응 조종장치 연구

해외 자동차 브랜드도 차량음성 제어 서비스를 일찍부터 시도해 왔다. 프랑스 회사인 르노는 1981년에 미 우주항공국(NASA)가 개발해 전투기 조종에 응용하고 있던 음성감응식 자동조종장치를 자동차에 시도했다.

르노는 소형 르노-5 모델에 지멘스의 음성판별컴퓨터를 부착한 모델을 선보였다. 명령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운전자는 같은 내용의 명령을 10회쯤 반복하면, 컴퓨터는 이를 종합해 목소리의 음색이나 강·약의 평균치로 명령 내용을 판단했다.

구동 가능했던 기능은 자동차의 시동, 문의 여닫이, 와이퍼 작동, 방향지시등 작동, 헤드라이트, 서리 제거, 환기, 라디오, 경적, 창문 작동 등이다.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컴퓨터와 센서 기술의 발달로 자율주행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 음성인식 제어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GM은 2017년 IBM의 인공지능 기술 ‘왓슨’을 적용한 자동차 제어 시스템 ‘온스타 고(OnStar Go)’를 개발, 선보였다. 

온스타 고는 운전자의 운전습관, 취향, 현재 위치, 차량 상태, 날씨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상품 추전과 서비스를 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길안내, 전화걸기 등의 기능만 제공하던 것에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최초로 추가했다. 주행 중 주유가 필요한 상황이면 운전자에게 주유가 필요함을 알리고 주유소까지 길 안내를 한다. 날씨가 덥다면 팥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 주변 매장 정보를 알려준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온스타 고를 발표하면서 “이 시스템은 왓슨의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운전하는 동안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 X5 인포테인먼트 화면(위), BMW 운전자가 커넥티카 앱을 통해 차량의 시동을 걸고 있다(아래)(사진=BMW 홈페이지 캡처)
BMW X5 인포테인먼트 화면(위), BMW 운전자가 커넥티카 앱을 통해 차량의 시동을 걸고 있다(아래)(사진=BMW 홈페이지 캡처)

포드는 2018년 1월 ‘2018 익스플로러’에 한국어 음성 인식 기능이 추가된 인터넷 연결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SYNC)3’‘를 탑재해 국내에 출시했다.

싱크 3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플레이를 지원하며 8인치 컬러 LCD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음성 명령으로 실내 온도 조절, 전화 연결 등이 가능하고 운전자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도 싱크3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자적인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를 보유하고 있다. “안녕 벤츠, 오늘 날씨 어때?”, “우울한데 신나는 노래 틀어줘” 라고 하면 즉각 응답한다. 또 운전자는 음성을 통해 차량과 대화하며 차의 기능을 설정 가능하다.

특히, MBUX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아닌 명령자의 습관 및 문맥까지 이해하며,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학습한다. 운전자가 취할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제안까지 한다. 즉 매일 운전자가 하는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학습을 토대로 운전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다.

BMW는 간단한 대화방식으로 작동하는 음성인식 제어 서비스 IPA(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를 지난해 3월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IPA는 실내온도, 음악, 내비게이션 등과 같은 기본 기능과 하이빔 어시스턴트, 오일량 체크 등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주유소나 주차장 찾기, 이메일 읽어주기, 화상 회의 지원 등도 가능하며, 운전자 기호와 습관 등을 스스로 학습해 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운전자 선호도와 주로 다니는 목적지를 기억하고, 내부 온도 설정, 열선 시트를 언제 작동하는지 등 운전자의 특색을 학습하고 자동으로 실행한다.

자연어 인식도 더욱 향상됐다. 여름에 에어컨을 작동할 떼 ‘에어컨 틀어’라는 말 대신 ‘헤이 BMW, 나 더워’라고 해도 IPA가 인식하고 에어컨을 작동해 준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에서 AI 기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까지

대화형 음성인식 AI 기술은 국내에서 지난 2017년 현대자동차가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개발완료하면서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차량용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기술의 핵심은 운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모든 서비스가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 음성만으로 각종 차량 내 장치들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하고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하는 등의 차량 운행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대차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음악 정보 검색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사운드하운드의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인 ‘하운디파이(Houndify)’를 이용하여 개발 완료하고, 2018년 국제 가전박람회에 공개했다. 

구현 가능한 기능으로 전화 걸기, 문자 송수신, 운전자 관심지역‧주소 검색 등을 비롯해 아티스트‧앨범‧장르 별 음악 검색 및 재생, 날씨 정보 및 일정 관리, 에어컨‧선루프‧도어잠금 등 차량제어, 차량 기능 관련 Q&A 등이다.

더불어 집에 있는 다양한 가전제품 및 전자 기기들을 음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카투홈(Car to Home)’ 서비스가 가능했다. 그 외에 스포츠와 관련해 야구, 농구, 축구 등 일반 스포츠 경기 일정과 결과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기아차의 UVO 서비스 (사진=현대차 기아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의 블루링크와 기아차의 UVO 서비스 (사진=현대차 기아차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8년 7월부터 현대차는 블루링크, 기아차는 유보(UVO)를 통해 차량음성 제어 서비스인 ‘Home2Car(홈투카)’를 선보였다. 원격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SK텔레콤 스마트홈의 AI스피커 ‘누구(NUGU)’와 연동해 처음으로 제공됐고 이후 KT GIGA Genie(기가 지니)를 통해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원격제어가 가능한 UVO 서비스는 2018년 7월 출시된 기아차의 스포티지 더 볼드 모델에 처음 탑재됐다. 이후 출시된 현대차의 투싼 등에도 적용됐다. 홈투카는 앱을 사용하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원격 공조 제어, 도어 잠금, 비상등 및 경적 제어 등이 가능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의 초기 버전인 텔레매틱스 서비스 ‘모젠’을 2003년 말부터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블루링크와 UVO 서비스를 각각 운영해 왔고, 2017년에는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도 출시했다.

블루링크·UVO 론칭과 함께 스마트폰 앱도 출시해 원격 공조장치 제어와 내 차 주차 위치 확인, 목적지 전송 등을 지원했다. 이후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실시간 내차 위치공유, 서버 기반 음성인식, 스마트워치 연동, 홈 투 카, 카 페이 등의 음성인식 차량제어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현대차의 8세대 신형 쏘나타에는 현대차그룹이 카카오와 협력해 개발한 음성인식 대화형비서 서비스를 최초로 적용했다.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이용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차내에서 선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신형 쏘나타가 처음이었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 i’를 활용한 서비스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에 제공되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뉴스 브리핑, 날씨, 영화 및 TV 정보, 주가 정보, 일반상식, 스포츠 경기, 실시간 검색어 순위, 외국어 번역, 환율, 오늘의 운세, 자연어 길안내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제공되고 있다. 여기에 공조장치 제어가 가능해졌다.

음성인식 차량제어 기술은 미래 커넥티드 카가 제공하게 될 방대한 정보와 콘텐츠를 운전자가 주행 중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 기술로 더욱 발전이 가능한 미래차 기술 분야다.

지금까지의 차량제어 기술은 영상인식과 음성인식에 주류였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키트’와 같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운전자를 능동적으로 보조하는 진정한 자율주행차로 기술 발전을 진행 되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전동화를 바탕으로 자율주행과 연결성, 공유가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T 기술이 융합된 자동차와의 연결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을 상상할 수 없듯 향후 자동차 역시 초연결성 기반의 커넥티드 카가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음성인식 차량 제어 시스템과 AI 기술 등 미래 커넥티드 카 시대를 여는데 필요한 기술 개발에 각 업체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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