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5.16 11:05

세 자릿수 매출 성장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은 2분기 반등 자신
"코로나19 영향보다는 업데이트·이벤트 영향이 더 커"

엔씨소프트의 실적 '대박'을 이끈 리니지2M. (이미지 제공=엔씨소프트)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게임 업계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게임 회사들은 지난 11일부터 연이어 2020년 1분기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 16개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올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9%나 증가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세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엔씨는 이에 힘입어 1분기 주춤한 넷마블을 제치고 업계 2위로 껑충 올라섰다. 모바일 리니지 형제의 폭발적인 매출에 힘입어 '연 매출 2조'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펄어비스는 글로벌 성장세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54% 성장했다. 위메이드, 게임빌은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네오위즈와 NHN도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흐름을 타고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원조 '2조 클럽' 넥슨과 넷마블은 1분기 주춤했지만 신작을 앞세워 2분기 반등을 자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익이 떨어진 컴투스도 4월 높은 반등세를 보이며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바일 '리니지 형제'가 벌어들인 돈만 5531억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311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난 2414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업계 평균을 훌쩍 넘는 33%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매출 순위 선두를 꽉 쥐고 있는 리니지 2M이 성장을 이끌었다.

1분기 리니지2M이 올린 매출은 3411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46% 비중이다. 똑같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으로 만든 리니지M 매출은 2120억원이다. '리니지 형제'의 매출만 해도 5531억원이다. 두 게임은 올 1분기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최상위를 독식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리니지2M은 연말까지 안정적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려가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엔씨는 한국 거대 게임회사 중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회사의 1분기 국내 매출은 6346억원으로 전체의 86.8%다. 

이에 엔씨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3월 25일 주총에서 "리니지2M을 시작으로 신작게임들이 글로벌을 공략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엔씨는 리니지2M의 해외 진출 외에도 콘솔용 리듬게임 '퓨저'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플랫폼·장르 다양화를 모색할 예정이다.

◆주춤한 넥슨·넷마블 "2분기 실적 반등 자신"

넥슨의 신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왼쪽), 넷마블 신작 '스톤에이지 월드'. (이미지 제공=넥슨, 넷마블)

업계 1위 넥슨은 올해 1분기 주춤했다. 넥슨 일본법인의 1분기 매출은 90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PC방 등이 문을 닫으며 '던전앤파이터' 중국 매출이 줄어든 타격이 컸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1% 떨어진 4540억원이다.

다만 이는 애당초 전망치보다는 높은 성과다. 특히 국내 매출이 큰 성과를 냈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출시 17주년을 맞은 메이플스토리가 PC·모바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세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매출도 50% 이상 증가했다. 

2분기에는 다양한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넥슨의 올해 목표는 모바일 시장이다. 지난 12일 선보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이어 '피파 모바일'이 오는 6월 10일에 나온다. PC 게임 시장에 비해 라인업이 다소 부실한 모바일 시장을 강력한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신작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조 클럽에 가입한 넷마블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매출이 11.6% 늘어났음에도 영업이익은 39.8% 줄었다. 넷마블의 1분기 매출은 5329억원, 영업이익은 204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3.8%에 불과하다. 넷마블 관계자는 "1분기 출시작이 주로 3월에 집중됐고 이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로 영업 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2분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권영식 넷마블 공동대표는 "2분기에는 'A3: 스틸얼라이브',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등 흥행신작들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고 신작 게임 등이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출시된 A3: 스틸얼라이브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앱 마켓 내 매출 상위권에 안착했다. 일곱 개의 대죄는 북미 앱스토어 매출 최고 3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떨쳤다.

신작 출시도 이어진다. 지난 14일에는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 태국 등 아시아 24개국에 정식 출시됐다. 인기 온라인게임 '스톤에이지' IP에 기반한 '스톤에이지 월드'도 사전예약을 시작하며 출격을 준비 중이다.

◆중견 게임사도 게임 산업 몸집 키우기에 '화색'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터키 버전(왼쪽)과 NHN 한게임의 보드게임들. (이미지=펄어비스, NHN) 

국내 중견 게임사들도 게임 산업의 성장세에 올라탔다.

지난해 '검은사막'과 함께 약진했던 펄어비스는 올 1분기에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4.5%가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해외 매출 덕분이다. 현지 퍼블리셔로부터 서비스 운영권을 가져온 펄어비스는 빠른 소통과 피드백으로 성장에 성공했다. 

일본과 터키 등지에서는 최근 하루 동시 접속자 수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한 '검은사막 콘솔'도 신규·복귀 이용자가 250%, 350%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조석우 펄어비스 CFO는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과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섀도우 아레나', '이브 에코스' 등 신작 게임을 성공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NHN과 네오위즈는 웹보드 게임 규제 완화 혜택을 누렸다. 평소보다 추웠던 1분기의 계절 효과 영향도 있다. NHN 게임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7% 증가한 1047억원이다. 네오위즈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성장한 136억원이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웹보드 게임 규제 완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실적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영업익이 흑자로 전환하며 한숨을 돌린 회사들도 있다. 게임빌은 올해 1분기 14분기 만에 영업 적자를 탈출했다. 지주 사업을 정관 목적에 추가하며 컴투스 등 자회사의 덕을 본 것이 주요했다. 지난해 69억원의 영업손실을 올린 위메이드도 흑자로 전환했다. 주요 게임인 '미르의 전설2'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연달아 승소하며 미르2 IP 사업이 확대됐다.

펄어비스와 함께 중견회사 가운데 비교적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컴투스는 올해 1분기 고전했다. 컴투스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줄어든 983억원이다. 영업이익도 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감소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주요 게임 비수기 영향과 보수적인 패키지 운영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컴투스에도 호재는 있다. 4분기 주요 게임인 '서머너즈 워'와 야구 게임 라인업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다. 서머너즈 워는 출시 6주년 기념 업데이트로 일별 접속자가 최근 3년 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컴투스프로야구2020'과 'MLB 9이닝스 20' 등 야구 게임 라인업는 프로야구 개막 연기에도 불구하고 4월 최고 월 매출 기록을 깼다.

◆"코로나19보다는 업데이트·프로모션 영향 커"

애당초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퍼지며 게임 산업이 부흥할 것이라 예고됐다. 글로벌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전 세계 주간 평균 앱·게임 사용 시간은 지난해보다 20%가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트위터도 전 세계에서 3월 한 달간 게임 관련 트윗이 전년 동기 대비 71%가량 늘어났다고 알렸다.

하지만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성장 지표를 산정하기 어려운 데다 신규 업데이트에 따른 실적 변동이 더 컸다는 얘기다. 

윤재수 엔씨 CF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지역은 코로나19보다 콘텐츠에 (실적이) 영향을 받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원 넷마블 대표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코로나19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좋은 실적을 보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송재준 컴투스 부사장 역시 "게임이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게임 내 업데이트, 프로모션의 영향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4일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문체부)

한편 이번 분기 게임 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성장은 국내 시장이 주도했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넷마블, 컴투스 등은 실적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낸 펄어비스도 순수 매출 증가세는 전년 대비 0.8%로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엔씨는 큰 성장을 거뒀다. 넥슨도 중국에서 겪은 어려움을 국내 성과로 메꿨다. 

앞으로도 국내 게임 산업의 고속 성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7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내놓은 덕이다. 

문체부는 규제·제도 개선을 통한 혁신성장 지원, 게임 기업에 대한 단계별 지원 강화, 게임의 긍정적 가치 확산 및 e스포츠 산업 육성, 게임산업 기반 강화를 진흥 종합계획의 4대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합리적인 규제 개선과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 몸집을 키우는 한편 인재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법령을 신설하는 등 기반 다지기에도 들어갈 구상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4일 게임 업계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게임 산업은 불경기에도 끄떡없는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며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을 빠르게 개정하고 실효성 있게 규제를 개선하는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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