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5.16 06:35

국내 증권사 12개 중 7개 인하 예상…"정부대책 공조" vs "카드 아낄 것"

(사진제공=한국은행)
(사진제공=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5월중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3월 금통위에서 연 1.25%의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춘 0.75%로 결정했다.

한은이 기존 0.25%포인트 대비 2배 높은 빅컷을 단행하면서 사상 최초로 0%대 금리시대를 열었지만 경제는 도무지 살아날 기미가 없다.

이에 금리를 한 번 더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개사 가운데 7개사가 금리 인하를 예상 중이다. 5개사는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지표는 세계경제 악화 영향으로 부진하다. 당장 4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4.3%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도 9억5000만 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99개월 만의 무역수지 적자로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5월 1~10일 수출도 46.3% 감소하는 등 당분간 수출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또 4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47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1999년 2월 이후 21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숙박음식·도소매·교육 등 대면업무 비중이 높고 내수에 민감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했다.

기업 체감 경기도 최악이다. 4월 전산업 업황 BSI(경기실사지수)는 5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하면서 2008년 12월(51) 이후 가장 낮았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4월 경제심리지수(ESI)는 55.7로 8.0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4월 ESI도 2008년 12월(5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월 기업대출 증가규모는 2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시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2%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IMF는 “세계경제 전망이 예상보다 더 비관적”이라면서 이미 –3.0%로 전망하고 있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다시 하향될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한은도 2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현재 2.1%로 제시하고 있는 국내 경제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5월인 점을 감안해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 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충격에 대응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으로 한은의 정책 공조 요구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 부진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높다”며 “한은 총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고 4월 금통위 의사록이나 신임 금통위원들의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시그널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7명 금통위원의 정책성향은 비둘기 5명, 중립 2명 구도로 파악된다”며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여력이 남아있다고 말했고 신임 금통위원들이 취임식에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통화정책 대응을 강조한 만큼 5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리 인하가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융 충격이 있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는 아껴둘 것으로 본다”며 “실효하한 수준을 0.25%라고 보면 2회밖에 여력이 남지 않은 만큼 빠르게 카드를 소진시키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응해 유동성 공급안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한 가운데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5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다”며 “한 차례 추가 인하 여지는 인정하지만 2차 경제 충격 가능성에 대비해 아껴두는 수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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