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 시달리는 위기의 한국면세점
4중고 시달리는 위기의 한국면세점
  • 이효영기자
  • 승인 2016.03.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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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감소, 안방 출혈 경쟁, 인접국과 경쟁, 해외 명품 유치난 등 악재 몰려

이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면세점 제도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면세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인 특허기간을 10년 연장하고 면세점 특허 수수료 인상, 서울 면세점 특허 추가 등과 관련한 내용을 이달말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면세점 제도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면세점 쇼핑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던 한국형 관광은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면세점 업계는 불합리하게 바뀐 면세점 제도로 인해 지난 1년 이상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개선된 제도가 나온다고 해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의 제도개선 방안이 늦어지고 업계가 안방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 면세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 관광객은 줄어들고 중국·일본 등과의 경쟁도 심화되는 등 외부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관광산업 전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사업이 ▲외국인 관광객 감소 ▲안방 출혈 경쟁 ▲중국·일본·태국과의 경쟁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난 등 4중고에 시달리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줄어드는 외국인 관광객...면세점 성장세 둔화 확연

그동안 서울 등 도심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첫번째 목적이 면세점 쇼핑이었다. 글로벌 국가 관광 경쟁력은 29위에 그치는 한국이 세계 면세시장에서 1위(10.5%)를 유지해온 것은 쇼핑에 특화된 관광 경쟁력 때문이었다. 지난 몇 년간 면세점 시장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다. 그래서 면세점을 늘렸는데, 게다가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감소세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4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매년 급증하던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323만명으로 전년 대비 6.8% 줄었다. 이 가운데 유커는 598만 명으로 2014년보다 2.3%가량 감소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도 있었지만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유커가 늘어난 것이 더 결정적인 이유였다. 2015년 일본을 방문한 유커는 499만 명으로 2014년의 2배에 달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2~2015년 4년 평균 14.5%를 기록했으며 2014년에는 전년대비 27%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돼 올들어 지난 2월은 7억194만달러(약 8109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6.5% 증가에 그쳤다(한국면세점협회 집계). 성장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둔화세가 확연하다.

방한 유커의 씀씀이도 줄어들었다. 1월 평균 유커의 1인당 면세점 이용액은 193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9달러보다 15.5% 감소했다.

◆안방 출혈 경쟁...업체마다 동상이몽

시장 파이는 한정돼있는데 숟가락 든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제도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기존사업자, 신규사업자, 탈락사업자들은 이미 포화상태가 된 시장에 대해 저마다 각사의 입장에서 불안감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특허를 받은 기업들은 지난해 탈락한 면세점들이 신규 특허 허가로 시장에 재진입하는 안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부활을 노리는 롯데와 SK, 면세점 신규 진입을 노리는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은 신규 특허 추가가 필요하다며 갈등하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 진입에 실패했던 현대백화점은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면 개방해 면세점간 경쟁을 촉진시켜 우수 업체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 자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간내 신고제로 바꾸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운용의 묘를 살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에 사업권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규특허를 획득한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HDC신라, 에스엠, 두산 등 면세점 5사 사장단은 "정부의 규제완화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영업을 연장해주려는 의도"라며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추가 면세점 출점이 허용될 경우 출혈경쟁이 심해져 국내 면세점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신규 면세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은 롯데는 정부의 신규 특허 발급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내주고 면세점 사업을 접으려했던 SK도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정부에 신규 특허를 추가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명품 브랜드 유치난...신경전에 속타는 신규업자

면세점수가 늘어나면서 업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면세점은 ‘빅3’로 불리는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레벨’이 달라진다. 3대 명품 브랜드는 매출 측면에서도 면세점 1년 매출의 10~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신규 특허를 따낸 면세점들은 이들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특허 추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 결정을 해주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명품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채 25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그랜드 오픈 행사를 해야 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롯데 월드타워점 등의 추가 특허 결과에 따라 빅3 명품의 입점 여부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7월 그랜드오픈이 예정된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63이나 신세계백화점 역시 해외 명품 유치가 결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한다. 따라서 신규 특허를 받은 면세점에 다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추가 특허 여부가 결정되면 어느 면세점에 입점할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유치경쟁이 심화할수록 명품업체의 몸값이 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 치열한 유치 경쟁으로 해외 고가 브랜드의 사용료나 수수료만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점 경쟁상대는 안방 아닌 글로벌 시장

국내 면세 기업들이 정부 규제와 안방 경쟁에 발목 잡혀 있는 동안 전세계 면세점 업계가 관광업계 최대 고객으로 부상한 유커를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경쟁하는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일제히 면세점 확대 정책을 펴면서 한국으로 몰렸던 유커들이 태국과 일본으로 급속하게 갈아타고 있다.

지난해 태국을 찾은 유커 수는 약 786만명을 기록,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한국관광공사 집계). 일본 역시 전년 대비 107% 증가한 499만명의 유커가 방문해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태국 면세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2조1000억원으로 세계 10위 수준이지만 2012년부터 매년 평균 36%씩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태국은 방콕에 있는 킹파워 면세점을 앞세워 유커를 끌어들이고 있는데 2014년 태국 면세점 시장은 한국의 2배 이상인 47.3% 성장했다.

태국 세관은 지난해 7월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의 면세범위를 1만바트(약 34만원)에서 2만바트로 상향했으며 명품 등 사치품에 매기던 세금(30%)도 없앴다.

일본은 그동안 시내면세점이 오키나와에만 있었으나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대형매장인 ‘한국형 면세점’ 모델을 도입해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올초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가 도쿄 긴자에 대형 시내면세점을 오픈했으며 4월 후쿠오카에도 시내면세점을 연다.

이미 2014년 10월 면세 소비 촉진 방안을 마련해 소비세 환급기준을 1만엔 초과에서 5000엔 초과로 낮췄으며 대상 품목도 식품·약품·화장품 등으로 확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일본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민펀드 등을 활용해 2020년까지 전국 100곳에서 관광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민관 공동으로 100억엔(약 1033억원) 규모의 관광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중국은 해외로 나가는 유커들의 소비를 내수로 전환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방침 아래 자국 면세점 수를 늘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해외 쇼핑액은 지난해 222조원으로 집계되는데 장기적으로 이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중국은 올 2월 19곳에 달하는 입국장 면세점 설립을 허가해 광저우·항저우·청두 등 13곳은 국제공항에, 나머지 6곳은 항구에 면세점이 들어서도록 했다. 이는 면세산업 성장을 내수소비 진작과 연동시키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국 유일의 전국 면세사업자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운영하는 하이난 면세점은 매장 규모가 7만2000㎡ 규모로 세계 최대다. 이곳은 최근 내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분유, 커피 등에 생필품에까지 면세혜택을 확대했다.

세계적 유통·관광 조사기업인 영국 무디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세계 면세점업계는 대형화·전문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글로벌 20위 이내 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M&A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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