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8 11:15

여의도성모병원 이한희 교수팀 "중증도에선 자연유산율 등 다소 높아 산전관리 필요"

여의동성모병원 이한희 교수.
여의동성모병원 이한희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은 염증 정도에 따라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전 주치의의 산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가벼운 장질환은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한희(서울성모병원 이보인, 성빈센트병원 배정민·이강문)교수팀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염증성 장질환과 임신성공률과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은 15~50세 가임기 여성 중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대장염)으로 5회 이상 치료를 받고 해당 기간에 임신이 확인된 2058명의 환자를 전수조사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중증도가 낮은 군과 높은 군으로 나눠 비교했다. 중증도가 낮은 군은 6개월 미만의 스테로이드 처방, 1년 미만의 생물학적 제제 처방, 그리고 장 절제술을 받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조사결과, 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임신성공률은 25.7%로 비염증성 장질환 여성의 32.3%에 비해 낮았다. 이는 질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이 난치성 질환과 치료 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의도적으로 임신을 피하고 있는 결과로 해석됐다.

염증성 장질환 중증도가 낮은 군은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출생률은 68.9%대 69.9%, 자연유산 12.6%대 11.9% 및 제왕절개 39.5%대 38.8%로 나타나 빈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임신합병증(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사산, 자궁내 성장지연 등)의 빈도 역시 7.4%대 8.1%로 조사돼 역시 유의할만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염증성 장질환을 앓더라도 중증만 아니라면 일반인과 비슷하게 건강하게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자연유산율은 14.9%대 11.9%, 제왕절개는 46.4%대 38.8%, 자궁내 성장지연의 빈도는 3.4%대 1%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높았다.

염증성 장질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질환이다. 특히 20~30대에서 많이 나타나 여성의 출산 시기와 맞물린다.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질병 활성도를 조절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문제는 여성들이 지나친 걱정으로 임신을 피하거나 임의로 약물 치료를 중단한다는 사실이다.

이한희 교수는 “염증성장질환 치료제가 임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현재로선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임신 전 적극적으로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소화기학회지인 ‘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5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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