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5.19 14:08

주재열·임기환 한국뇌연구원 박사 연구팀

임기환(왼쪽) 박사와 주재열 박사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유전자 증폭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뇌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주재열·임기환 한국뇌연구원(KBRI) 퇴행성 뇌질환연구그룹 박사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에서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했다.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단백질을 생성하고 분해한다.

세포 내 단백질은 수명이 다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유비퀴틴화를 통해 표지되고, 프로테아좀이라는 세포 소기관에 의해 분해된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불필요한 단백질이 세포 내에 쌓여서 암 같은 질환을 유발한다.

단백질의 유비퀴틴화에는 E1, E2, E3 세 가지 효소가 연쇄적으로 작용하는데, 이 중에서도 E2는 체내에 약 40여개 존재한다. 

게놈 프로젝트로 밝혀진 인간 유전자 개수가 총 3만여 개임을 감안하면 E2는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하면서 체내 단백질 분해 조절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이다. 최근 E2 효소들의 과발현이 퇴행성 뇌질환에 관여할 것이라 보고되어 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효소가 관련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전사체 분석기법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한 결과, E2 효소군에 속하는 'Ube2h'라는 유전자가 혈액에서 특이적으로 증가함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질환이 유발된 마우스 혈액에서도 같은 변화를 확인했다.

정상세포에서 'Ube2h' 유전자 발현을 인위적으로 억제시켰을 때 기존에 알츠하이머 질환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타우, 파킨 등 발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Ube2h' 유전자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발현을 조절할 수 있으며 새로운 알츠하이머 질환의 특이적 마커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유비퀴틴화 효소와 퇴행성 뇌질환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나아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향후 기술이전을 통해 혈액 내 Ube2h를 표적마커로 하는 치매 진단키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주재열 박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알츠하이머 질환 특이적으로 변화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를 빅데이터화해 활용하고자 한다”며 “연구계에는 후속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산업계에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치매 진단 및 치료 타겟으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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