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9 18:02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팀 "환자맞춤형 치료로 청력보존 가능해져"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소리를 듣는 신경에 종양이 생길 경우 수술로 제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술 후 청력 상실이라는 엄청난 절망감이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대 이비인후과 문인석 교수·차동철 강사팀이 수술전 청력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청력보존을 위한 맞춤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청신경종양은 청각전정신경에서 발생해 소뇌 쪽으로 자라는 뇌신경종양이다. 종양이 커지면서 청력감퇴는 물론 난청과 어지럼증 등 청신경 압박에 의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종양이 뇌간을 압박할 경우, 삶의 질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청신경종양 치료는 수술이나 감마나이프를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치료도 시도된다.

문제는 종양이 청각신경을 침범하기 때문에 종양을 제대로 제거했어도 청각을 보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청신경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317명의 환자 중 청력 보존술을 받은 50명의 환자를 분석해 수술 후 청력 상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선별했다. 예컨대 수술 전 시행한 청력검사 결과, 평형기능검사와 자기공명영상에서 얻은 수술 전 종양 크기, 위치, 청력, 어지럼증 정도 그리고 주치의가 선택한 수술방법 등이 그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가지고 서포트벡터머신, 랜덤 포레스트, 부스팅, 딥러닝 기반의 다양한 모델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검증했다.

그 결과, 이중 딥러닝 기반의 모델이 90%의 높은 정확도로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를 예측했다. 또 예측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단어인식 점수, 전정유발근전위 비대칭 정도, 종양의 크기 순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청력 예측이 가능하면 수술 전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수술로 청력 상실이 예상되면 뇌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수술을 보류한다거나, 청력 회복을 위한 청각임플란트 수술을 고려하는 등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최근 의학계에선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이용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노력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청신경종양 환자의 수술후 청력보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저널인 ‘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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