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20 16:09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 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억울한 사정 있으면 재심 신청해야"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가 이해찬 당대표에게 조용히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가 이해찬 당대표에게 조용히 뭔가를 얘기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20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 회의가 뜨겁게 달궈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시 관련 증언이 조작됐다는 당사자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보면 과거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로 하면 정부를 상대로 상고법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며 "당시 엄격한 사법 판단을 한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법원 자체조사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 사법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흐름에 미래통합당은 반대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총리까지 지낸 분이 유죄 확정된 재판에서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법에 보장된 대로 재심을 청구해서 억울함을 밝히는 게 맞다"며 "법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힐난했다.

같은 당의 정점식 의원도 나서서 "이미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언 당사자의 비망록은 증거로 제출돼 판단을 거쳤다"며 "한 전 총리가 주장하지도 않는 일부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서야한다는 얘기는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불신을 높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화살을 겨눴다. 그는 "국민은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한다"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지만,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 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채널A 사건도 기획, 회유, 협박이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집요한지 알고 국민의 공분을 샀다"며 "한 번 과거사를 정리했다고 해도 (검찰이) 다시 그런 일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반복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특정 사건과 연관성에 집착하기보다 풍토를 개선하는 제도 개선을 위해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면서 "절차적 정의 속에서 실체적 진실도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사건을 통해 느낀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확정 재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의혹 제기만으로 과거의 재판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비춰질까 염려가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국무총리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특별한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재심을 신청하고, 재심에 의해 밝혀지도록 법에 정해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사법농단, 검찰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검찰, 법원을 정조준 해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통해 177석이라는 압도적인 수확을 거두자 자신감이 넘쳐서 그것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겠느냐"며 "여권으로서는 '한명숙 사건'을 건드려 놓고 이를 다시 다루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의 '검사동일체 원칙'에 흠집을 내고 결국 이를 통해 검찰을 사분오열시켜 '추미애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심산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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