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5.24 07:00

언택트는 '선택 아닌 필수'…"코비디엇과 로나 아시나요"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블루, 멘탈데믹, 확찐자, 살천지, 집콕족, 언택트, 금스크, 이시국여행. 

코로나19가 퍼지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신조어들이다. 

2019년의 마지막 날 등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 사라질지 누구도 모른다.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으로 발전한 코로나19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Corona)의 C를 본따 새로운 BC(코로나 이전, Before Corona), AC(코로나 이후, After Corona)를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흔히들 언어를 두고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코로나 신조어들은 사회, 건강, 산업 등 여러 방면에서 나타났다. 말은 사람들이 맞이한 새로운 생활 모습을 대변한다. 신조어들로 달라진 사회의 모습을 비춰보자.

◆사회적 거리두기…'뉴노멀' 시대의 핵심 키워드

질병관리본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들. (사진=질병관리본부)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뉴노멀'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손꼽힌다. 지역사회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정부의 권고 수칙과 조치를 일컫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1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내놓았다. 비누로 손 씻기, 손 소독하기,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등이 권고의 첫 단계다. 이어 행사·모임 참여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권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집에서 쉬고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을 제외한 외출은 자제하도록 했다. 악수 등 신체 접촉도 피하고 건강거리 2m 두기를 제안했다. 

회사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지하철을 탈 수도 없다. 지난 4월 15일 총선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두고 줄을 서야 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부가 지정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은 5월 5일로 막을 내렸다. 지난 6일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해 비교적 완화된 지침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시대에 처음 태어난 신조어는 아니지만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기도 하다. 알바몬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666명의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65.4%가 코로나19 관련 신조어 가운데 가장 공감 가는 말로 이 말을 꼽았다.

◆코로나블루와 확찐자…"마음 건강도 조심"

'코로나블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안감, 걱정 등을 뜻한다. (사진=픽사베이)

'코로나블루'는 코로나에 영어로 우울을 뜻하는 '블루(Blue)'가 붙은 신조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겨난 불안감, 걱정 등을 뜻한다. 재채기나 잔기침에도 코로나19 증세가 아닐까 걱정한다는 뜻의 신조어 '상상코로나', 외출 자제가 불러오는 무기력과 우울감, 경제생활 위축에 따른 어려움 등이 코로나블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블루는 의학적 질병이라 하기 어려운 심리적 증상이지만 실제 불안, 어지러움, 소화불량, 가슴이 답답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19일 경기연구원이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5세 이상 1500명 가운데 코로나19로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45.7%에 달한다.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8%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국민이 느꼈던 스트레스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불안과 우울감을 표한 이들이 많았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손실 못지않게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국민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국민 트라우마 확산, 즉 '멘탈데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패턴의 변화는 몸 건강에도 영향을 끼쳤다. '확찐자'는 갑자기 살이 불어난 이들을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에 빗대 칭하는 신조어다. 비슷한 말로는 집단 감염을 일으킨 종교단체 신천지에서 따온 '살천지'도 있다.

덜 걷고 더 자는 생활이 이어지다보면 체중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실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활동량이 줄이고 수면 시간을 늘렸다. 글로벌 웨어러블 브랜드 핏빗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한국인 핏빗 사용자의 걸음 수는 약 10% 줄었다. 반대로 미국 내 핏빗 사용자의 수면 시간은 3월 셋째 주 기준 평소보다 25분 늘었다.  
 
◆이제 '언택트'는 선택 아닌 필수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앱 '팀즈'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이크로소프트)

코로나 신조어는 생활과 산업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집콕족'은 집에 '콕' 박혀 다양한 생활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집콕족들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많은 것들을 집 안에서 해결한다. 이들은 TV,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거나 게임을 즐긴다. 각종 문화 단체가 제공하는 랜선 콘서트나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홈카페, 빵을 굽는 홈베이킹 등도 새 시대의 취미다. 

무엇보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언택트'의 활성화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의미하는 언(Un)을 붙인 말이다.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한다. 

언택트는 사람과 관계에서 오는 오해, 감정 소모, 피로를 줄인다는 점에서 MZ세대의 성향과도 어울린다. 언택트를 다룬 책 '언컨택트'의 저자 김용섭은 "언컨택트는 계속 연결되기 위해 선택된 트렌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언택트는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번지는 중이다. 올 1분기 세계적인 불황에도 게임, 포털, e커머스 업계는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가장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으로 꼽히는 게임 산업은 국내 주요 게임사 16개 기업 기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7.9%나 성장했다.

무인자판기, 로봇바리스타, 비대면 은행업무, 재택근무 등 언택트는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언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도 나온다. 회사들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앞으로 모든 조직은 모든 것을 원격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금스크와 이시국여행…떠오른 'K-방역'

지난 3월 9일 강서구의 한 약국에 붙은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지난 3월 9일 강서구의 한 약국에 붙은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금스크'는 금처럼 비싼 마스크를 뜻하는 신조어다.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책으로 떠오르며 크게 비싸진 탓에 나온 말이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란을 겪으며 구하기가 어려웠다.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다른 물품과 교환하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도 공적 마스크 정책으로 공급 안정화가 이뤄지며 이제 금스크란 말은 폐기되기 일보 직전이다.

마스크 산업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공신으로 꼽히는 산업이 있다. 새로이 떠오른 'K-방역'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이르게 겪은 만큼 빠르고 정확한 한국산 진단 키트가 세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진단키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나 성장했다. 이에 씨젠,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연일 오르기도 했다.

반면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을 떠올리게 하는 신조어도 있다. '이시국여행'은 이 시국(코로나 시국)에 어디 여행을 가냐는 뜻의 말이다. 

여행 관련 업종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크게 흔들린 산업이다. 여행사, 면세점, 항공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원에 따르면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던 지난 3월 면세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88% 줄었다. 여행사와 항공사는 각각 85%, 74%씩 감소했다. 올해 1분기를 통틀어 봐도 여행사는 전년 대비 59%, 면세점은 52%, 항공사는 50%가량 매출이 줄었다. 

회복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는 지난 21일 국민의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오는 6월 19일까지 연장했다. 코로나19가 종식돼 억눌린 소비 심리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방안이 없어 보인다.

◆코비디엇과 로나…외국발 신조어도 속속

영어권 국가에서 나온 신조어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코비디엇(Covidiot)'은 코비드(Covid)에 '바보'를 뜻하는 이디엇(idiot)을 붙인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최근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증가하며 이 말이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방학을 의미하는 '코로나케이션(Corona+Vacation)', 코로나19에 노인들이 주로 사망하면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 코로나19를 마치 사람처럼 부르는 '로나(The rona)'도 새로이 탄생한 영어 신조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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