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5.23 10: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3웨이 4스피커 '플라티누스' 지난해 뮌헨 오디오쇼 베스트상 수상
"온갖 소리가 바로 나의 모습…본래 아름다움 듣을 수 있게 장애요소만 제거하는 게 중요"

보산 스님이 청음실에 전시되어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보산 스님이 청음실에 전시되어 있는 하이엔드 스피커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40여년 넘게 소리를 통해 수행을 해 오고 있는 일명 보산(一明 寶山) 스님은 아직도 좋은 소리를 찾아내기위해 늘 고심한다. 보산 스님은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서 최고 스피커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혼 스피커의 대가다.  

그의 사무실에 마련된 40평 규모의 청음실에 들어서면 최소 두 번 놀라게 된다. 먼저 정면에 세워진 엠프와 스피커의 위용에 부러움과 감탄이 절로 난다. 특히 거대한 우드 혼 스피커를 대하면 저절로 발길이 스피커 앞으로 향하게 된다.

음악을 플레이하면 또 다시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저음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주, 웅장한 에너지가 몸에 직접 전해지면서도 한없이 부드럽다. 마치 바로 앞에 연주자들이 있는 듯 생생하게 전해지는 저음과 중음 그리고 중저음과 고음대의 연주를 귀와 몸으로 느끼게 된다. 마치 내가 연주자인 듯 소리와 진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보산 스님은 현재 씨웨이브어쿼스틱(Seawave Acoustic)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 출발은 1983년에 설립한 관음음향과 관음음향연구소로 불교의 설법을 녹음해 전달하고, 불교 사찰에 음향장비를 공급하는 일을 해왔다.

이후 2018년 씨웨이브어쿼스틱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일반에게도 좋은 스피커를 보급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첨단기술공법인 HDMT(High Damping Metal Technology)이란 진동제어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피커의 특성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납땜을 전혀 하지 않는 NST(Non Soldering Technology) 기법과 전기신호전달의 고속화를 위한 저온저압이온 주입기술 등 타 업체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청음실에 전시되어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들(사진=손진석 기자)
청음실에 전시되어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들(사진=손진석 기자)

보산 스님은 “소리를 들려주기보다 소리를 보여주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제대로 들려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통해 삶의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리와 함께 40여년을 보낸 보산스님과 일문일답을 통해 그의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변에서 스피커 도사 혹은 소리 소믈리에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집중해서 한 분야에 열심히 하다 보니 얻게 된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소리를 대중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40여년을 소리와 함께하고 있는데 소리란 무엇인가?

“소리는 수행의 한 방편이다. 소리라는 것에 대해 깊이 들어가면 거기서 비로소 자신을 보게 된다. 소리가 나이며 내가 소리여서 깊이 근원에 들어가면 분리될 수 없다. 이것을 내적 충실이라고 한다.

어떤 소리를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말이라고 하고, 말에서 사상이 나오고 사상을 널리 퍼뜨리는 것을 교화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내적 수행으로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다. 이러한 수행은 자비(慈悲)와 이타(利他)가 겸해져야 수행의 완성을 볼 수 있다.”

-그럼 소리를 아는 것이란 무엇인가?

“소리에 대한 철학이 중요하다. 소리는 결국은 자기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 소리가 밖으로 나타날 때의 모습이 자기의 본 모습이다. 결국 소리는 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소리를 깊이 들여다보면 소리의 파동이 아닌 본인의 본연에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음향장비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1980년대 스튜디오에서 큰스님들의 법문집을 제작하는데 처음에는 매진했었다. 이후 불교방송이 나오고 나서 라이브 장비를 다루면서 국내 큰 법당에 음향장비를 대부분 설비했다. 음향 장비는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찰 등에 설비하기 위해 제작을 하게 됐다. 

그동안은 불교계를 위해 장비를 제작하고 설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환갑이 되면서 이제 쉬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국내에 제대로 된 하이엔드 스피커를 보여주자고 생각하며 혼 스피커를 도입했고, 보급형 스피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럼 음향장비 중 스피커를 제일 먼저 만들게 된 이유는.

“스피커는 소리를 명확하게 들려주기 위한 도구다. 스피커를 통해 대중에게 원음을 전달하려고 한다. 원음은 웅변가와 같이 크게 이야기 하지 않고, 거리와 사람의 수와 관계없이 바로 옆에서 이야기 하듯 언어의 제한이 없이 들려주는 것을 말한다. 수행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얻었다고도 말한다.

이는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능력인데 현세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문명의 이기인 스피커를 사용해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스피커를 통해 대중에 전달하는 소리의 표현에서 원음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능력이다.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지금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내가 내는 소리를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결국은 온갖 소리가 바로 나의 모습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스피커를 만든다.”

소리에 대한 보산 스님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보산 스님이 소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스피커 제작에서 주의 할 점은.

“스피커를 만들면서 범하기 쉬운 오류가 바로 내가 좋은 소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스피커는 완성된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다. 이미 녹음이 되어 있다. 아름다움이 완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무슨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소리를 다시 만들려고 하는가. 아름다운 소리를 치장하다가 오히려 이 아름다움에 흠집을 내고 있다.

스피커는 이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만 제거 해 본래의 아름다움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산 스님의 혼 스피커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혼 스피커를 제작하게 된 이유는.

“소리는 듣는 위치에 따라 3가지의 소리가 있다. 먼저 연주자의 소리가 있다. 거리가 1m 내이고 진동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지휘자가 듣는 소리는 보통 7m 반경 안에 있다. 마지막으로 청중이 듣는 소리가 있다. 거리가 15m 이상 멀어져 본연의 소리에 포함되어 있는 즉 연주자가 듣는 소리의 진동과 미세함을 느낄 수 없다

소리는 거리가 멀수록 전달력을 잃게 된다. 그래서 청중들은 소리의 매우 적은 부분만 듣게 된다. 섬세한 소리는 듣지 못한다. 이러한 장애를 어떻게 제거해 소리를 전달할 것인가가 스피커 제작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즉 거리가 멀어 질수록 공기의 저항으로 인한 장애 즉 공기 장애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가가 기술력이다. 이 공기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스피커가 혼 스피커다. 

보통 먼 거리의 공간을 가로질러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혼 스피커가 많이 사용된다. 큰 공연장에서도 혼 스피커가 사용된다. 다만 혼 스피커는 강한 소리가 한 점에 몰려 부담이 되어 홈 오디오에서는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기존 스피커에 사용된 혼 스피커에는 콤프레이션 드라이버(소리 발생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즉 무늬만 혼 스피커였다.

그래서 제작한 것이 청음실에 있는 무게 350㎏의 대형 혼 스피커 마스터다. 여기에 있는 혼 스피커는 나무로 제작됐고, 혼 1개당 1년여 기간이 들었다. 그리고 시제품으로 나오기까지 기술자문과 수없는 연구 분석을 위해 10억대의 비용을 들였다. 최근에는 소형 스피커에도 컴프레이션 드라이버가 들어가 있는 혼 스피커를 적용해 만들고 있다” 

-제작되어 있는 스피커의 디자인이 정말 멋지다. 디자인아 담고 있는 의미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위해서라기보다 소리가 주는 디자인의 원칙에 충실한 모습이 지금의 모습이다. 인테리어나 기능적인 면에서도 완성도가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한다. 결국은 소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디자인이다. 본체의 스피커통도 알루미늄 주물로 만들어서 저음의 표현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되고 있는 스피커 이름이 독특하다. 작명에 의미가 있는가.

“스피커의 제작보다 자신의 완성을 우선한다. 그래서 스피커 이름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제일 처음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원목으로 제작한 북셀프형 2웨이 2스피커 삼사라(Samsara: 세속)가 있다. 삼사라는 너희가 이 소리를 들으면서 부터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눈을 뜰 거다.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알루미늄 바디로 만든 소형 2웨이 2스피커 알레테이아(Aletheia)다. 알레테이아는 고대 희랍어로 지혜라는 뜻의 단어로 비로소 이 소리를 듣다 보면 좋고 싫음을 뛰어 넘어서 그대의 마음은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져서 밝은 빛이 나면 그 밝은 빛이 그대를 기쁘게 한다라는 뜻이다.

한 단계 위에는 알루미늄 바디와 원목으로 제작된 혼 스피커가 탑재된 3웨이 4스피커 플라티누스(Plotinus)가 있다. 지난해 5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하이엔드 오디오 전시회에서 베스트상을 받은 스피커다. 플라티누스는 뜻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49일 동안 홀로 선정에 들어 스스로 기쁨에 잠겼다. 즉 깨달음을 얻어서 나 홀로 누린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직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출시 예정인 투시타(Tusita: 도솔천)가 있다. 천상 중 미륵보살이 머물고 있는 내원궁을 말한다. 나 홀로 누리는 것이 아닌 더불어 모두와 누린다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초대형 스피커 마스터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의미다.”

스피커를 조립하는 작업장을 보여주며 사용하고 있는 선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스피커를 조립하는 작업장을 보여주며 사용하고 있는 선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지금까지 소개된 스피커는 가격대가 비싼 하이엔드 스피커다. 보급형 스피커는 없나.

“지금까지는 하이엔드 스피커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소리의 아름다움에 관심 있는 그 어떤 사람들에게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 보급형으로 AM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보급형 시리즈의 원래 명칭은 AUM(옴)이었다. A는 존재, U는 수행, M 축복을 의미했는데 너무 불교색이 강해 가운데 수행을 의미하는 U를 빼고 AM 시리즈로 명명했다. AM은 얼라이브 뮤직(Alive Music)이라는 뜻도 있다. 보급형이다 보니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시중에 판매되는 스피커와 보산스님이 제작한 스피커 소리의 차이점은.

“들어보면 안다. 그리고 2웨이와 3웨이와 차이가 있고, 4웨이도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청음실을 운영하는 이유도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방편이다. 누구라도 찾아오면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음향장비를 만들 때 무엇에 주의해야하나.

“음향장비는 부품이 소리를 죽인다. 즉 음향의 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공기 문제 외에 부품의 문제가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오디오도 신호가 스피커까지 흐르는 신호의 저항을 줄이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스피커 케이블이 300만원 이상의 고가도 존재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신호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스피커 내부에는 납땜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납이 구리나 은에 비해 전도율이 매우 떨어지고, 신호가 납땜을 통과할 때 불필요한 전압 강하가 발생한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도의 변화로 발생하는 팽창·수축 과정 때문에 불량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납땜 대신 압착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표면의 부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단단히 고정된다. 더불어 은이 함유된 접착제를 사용해 특주 제작한 저항을 사용한다. 

또 다른 부분은 진동이다. 소리에서 진동은 중요하다. 외부에서 오는 진동, 기계가 울리면서 나는 진동, 자체적인 진동 3가지의 진동에 대해서 해결하지 못하면 음질의 결정 장애 요인이 된다.

원치 않는 진동이 스피커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고급 원목과 다양한 첨단 신소재 및 알루미늄 합금 인클로저(스피커 통)를 사용해 진동 배제에 좋은 결과를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 매번 스피커 통의 제작에 대해 질문을 받기도 한다. 단자 어셈블리나 네트워크의 진동 배제에도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난해 뮌휀 하이엔드 오디오 전시회에서 베스트상을 수상한 알루미늄 바디와 원목으로 제작된 혼 스피커가 탑재된 3웨이 4스피커 플라티누스(Plotinus)(사진=씨웨이브어쿼스틱)
지난해 뮌휀 하이엔드 오디오 전시회에서 베스트상을 수상한 알루미늄 바디와 원목으로 제작된 혼 스피커가 탑재된 3웨이 4스피커 플라티누스(Plotinus)(사진=씨웨이브어쿼스틱)

-마지막으로 수도자로서 전할 메시지는.

“이 세상을 소유와 집착을 버리고 기쁘게 살자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 대부분은 목적의식으로 지금을 희생하면서 살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행복은 그렇게 하면 오기 힘들다. 지금하는 일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쉬는 가가 중요하다.

기쁘게 살려면 소유와 집착을 버려야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다보면 집착과 소유욕이 없으면 원동력이 없어 힘들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집착과 소유를 버리면 있는 그대로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존재가 기쁨이기에 나의 존재에 대한 기쁨을 찾을 수 있다. 삶의 자체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삶이 취미가 된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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