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23 07:15

심재철 "반성하지 못하고 잘못했기 때문에 패배"
김민수 "유권자 지향성 높은 정당 모습으로 변모해야"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이라는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회 발제자들인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민수 통합당 전 성남시분당구을 당협위원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및 김현아 통합당 의원이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이란 정책토론회에서 토론회 발제자들인 이종인(왼쪽부터)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민수 통합당 전 성남시분당구을 당협위원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현아 통합당 의원이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례 없는 압승을 거뒀다. 전체 의석의 5분의 3에 육박하는 총 177석의 '슈퍼 정당'이 총선을 통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 한국당의 19석을 포함해 103석 만을 얻게 되는 참패를 당했다. 이는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적은 의석수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차기 총선에서의 와신상담을 꿈꾸며 총선 참패의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통합당은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지난 20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이라는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심재철 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주최했고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비롯해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및 김민수 전 미래통합당 성남시 분당구을 당협위원장이 발제에 나섰다.

심 전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이번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에 가까운 거대 의석을 확보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저희 미래통합당이 반성하지 못하고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정부가 한 몸이 되어 코로나 정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은 가득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 속에서도 미래통합당이 제1야당으로서 중심을 잡고 잘해주기를 바랬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공천 잡음과 막말파동을 비롯해 정부 여당의 이슈선점에 대해 적절한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결국에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김형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시대정신에 졌고 전략에 졌으며 막말에 졌다"며 "4·15 총선은 진보에겐 화려한 축제, 보수에겐 슬픈 장례식과도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경제 침체, 조국 사태로 인한 도덕성 붕괴,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의혹, 남북 관계 교착과 외교 고립 등 정권 심판에 대한 요인들이 차고 넘쳤는데 어떻게 이런 선거 결과가 나왔을까"라며 "통합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가 선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일단 총선은 본질적으로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는 상식적 공식이 깨졌다"며 "코로나 사태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 유권자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견제보다는 안정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 갤럽 4월 2주차 조사(4월 7일~8일)'를 근거로 들며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지지도가 이낙연 전 총리보다 3배 이상 낮고,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낮다는 것은 선거에서 통합당에겐 치명적이었다"며 "더구나 선거 막판에 불거진 미래한국당 공천을 둘러싼 '한선교의 난'과 미래통합당의 막판 공천 파동은 황 전대표의 리더십에 결정적인 치명상을 입혔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그는 "코로나 사태는 단순 촉발 요인이고 다중 복합적 기저 요인 때문에 통합당이 폭망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며 "보수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허황된 생각 속에서 과거 잘못에 대해 참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 몰락의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정농단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친박 폐족 선언도 없었다"며 "참회는 커녕 통합당은 고질적인 계파주의에 빠진 채 대안 없는 투쟁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비호감의 퇴행적 수구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런 퇴행적 행태가 통합당에 대한 극도의 비호감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유권자들로 하여금 통합당을 거부하는 요인이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선거운동 막판에 터진 통합당 막말 파문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며 "김대호 통합당 후보(서울 관악갑)는 3040 세대와 노인 폄하 발언으로 제명됐고, 차명진 통합당 후보(경기 부천병)는 '세월호 텐트 속 문란한 행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전국 곳곳에서 예측불허의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막말 논란은 통합당 입장에서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차 후보의 막말은 총 59곳에서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 지역에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증도층과 부동층의 막판 민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민주당의 두뇌 집단인 민주연구원은 2019년 4월 '대한민국 중심 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더불어민주당의 길'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며 "100쪽이 넘는 보고서를 읽다 보면 민주당의 승리가 우연이 아니었구나,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지피지기한 결과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고개들고 있는 '중심정당론'을 언급했다. 전 논설위원은 "보고서의 분류법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주변 정당이다. 주변 정당은 '오직 반사이익에 골몰해 집권 여당의 실수만 바라면서 생활인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는 '생활불감 정치'와 시끄러운 소수에 영합해 민심과 당심이 끊임없이 괴리되는 '민생불감 정치'를 강행하는 당"이라며 "여론조사 수치로는 잡히지 않는다며 선거 막판까지 통합당이 기대했던 숨은 표, 이른바 '샤이 보수'에 대해선 '수줍어서 말하지 않는 보수가 아니라 보수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는 보수"라고 비꼬았다.

또한 "중심 정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80%의 지지를 받는 생활정치 정당'"이라며 "여당이 사실상 여야의 역할을 모두 한다. 여야 정권 교체가 중심 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1.5당 체제로 갈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야당은 수권능력을 상실한 항의 정당, 생존이 우선인 불임 정당으로 전락한 0.5당"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선거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막상 선거전에 들어가서는 헤드쿼터의 부재와 공천관련문제, 후보자의 막말논란 등으로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점이 패배 요인"이라며 "보수우파 정당의 재집권 전략의 중심에는 싱크탱크가 핵심이므로, 전문 연구자의 충원을 비롯해 각 분야 연구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생기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민수 전 미래통합당 성남시분당구을 당협위원장은 "유권자에 대한 면밀하고 정확한 분석 없이 만들어지는 정책과 전술, 전략, 집회 등은 정당과 구성원의 에너지를 소진할 뿐,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유권자 지향성이 높은 정당의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역별, 연령별, 성별, 단체별, 경제 수준별 세부 타겟에 대한 정책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토론회를 주최한 심재철 의원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국민의 염원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당시 원내 사령탑으로서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그러나 이대로 우리 보수가 주저앉을 수는 없다. 냉철한 원인분석과 냉혹한 자가비판을 통해 다시 일어나 다시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절치부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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