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5.23 09:50

LG, TV 생산라인 2개 인니 이전으로 '효율화'…삼성,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박차'

(사진제공=픽사베이)
기업 투자 전략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내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 사업의 생산기지 운용 전략을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20일 경상북도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21일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신규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하루를 차이로 두고 한 쪽은 해외 이전 계획을, 다른 쪽은 국내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추진하는 가운데, 양사의 생산기지 운용전략이 엇갈렸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양사는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LG, 경영환경 변화 대응…삼성,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위한 세부 전략 실행

두 회사가 상반된 행보를 보인 이유가 국내 기업들에 처한 TV와 반도체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LG전자는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의 TV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미사업장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TV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건비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난 1995년 준공된 찌비뚱 공장은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립, 품질검사, 포장 등 전 공정에 자동화 설비도 대거 확충해 생산능력을 50% 늘린다.

아시아는 찌비뚱(인도네시아), 유럽은 므와바(폴란드), 북미는 레이노사·멕시칼리(멕시코)에 위치한 생산 공장이 각각의 시장에 TV를 전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 이후 태국 라영, 중국 심양, 폴란드 브로츠와프, 베트남 하이퐁,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 TV 생산지를 인근 생산지로 통합한 바 있다.

대신 국내 생산지의 전략적 중요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사업장은 글로벌 TV 생산지를 지원하는 마더 팩토리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에 집중한다. 롤러블, 월페이퍼 등 고도화된 생산 기술이 필요한 최상위 프리미엄 TV와 의료용 모니터를 전담 생산한다. 신제품 양산성 검증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수행한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EUV(Extreme Ultra Violet, 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는 작년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이라면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선언한 직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화성사업장을 찾아 "지난해 우리는 이 자리에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고, 오늘은 긴 여정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리쇼어링 정책에 적극 화답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 해외에 있던 생산 라인을 철수하고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아니기에 대규모 신규 투자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성 이어 평택까지…삼성, '5나노 파운드리' 주력 생산으로 TSMC '추격'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 추격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유일하다.

그러나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0%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편, 삼성전자는 10% 후반대 점유율에서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특히 최근 TSMC가 미국 5나노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현지 고객사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는 2나노 공정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고, 올해 5나노 공정 생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2020년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지속 확대해왔다. 이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의 5나노 공정 양산 시점이 같은 만큼 올해를 고객사 확보의 기회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5G, HPC, AI, 네트워크 등 신규 응용처 확산에 따라 초미세 공정 중심의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및 신규 응용처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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