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원 "회의 결석할 때마다 100유로 삭감"…21대 국회, 밀린 숙제할까
독일 하원 "회의 결석할 때마다 100유로 삭감"…21대 국회, 밀린 숙제할까
  • 전현건 기자
  • 승인 2020.05.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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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 25일 첫 회의…상시국회 도입,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한 폐지 나설듯
지난 4월 30일 새벽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속에 여야 4당의 강공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법안 지정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이불삼아 덮고 누워서 시위를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해 4월 30일 새벽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속에 여야 4당의 강공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법안 지정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이불삼아 덮고 누워서 시위를 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임기 내내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최악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에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공룡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일 먼저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켜 대의적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18대 때부터 개정 목소리…법제화 불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지난 2008년 18대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제화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출범식이 끝나자마자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고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2018년 국회 파행이 이어지더라도 각 상임위의 법안 소위원회만큼은 매달 두 차례 이상 열도록 하는 내용의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겨도 처벌받는 강제 규정이 없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과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박주민 민주당 국회혁신특위원장 등이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들은 정기회가 없는 달에도 매달 임시회를 개회하고,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문 의장의 안에는 불출석에 대한 징계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개선 등의 내용이 들어갔으며, 정 의원 안에는 신속한 원 구성을 위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의 선거절차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 역시 상시국회 도입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한 폐지,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기한 축소, 정당한 사유 없이 본회의나 상임위에 나오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세비 삭감 등의 규정을 넣고 있다.

회의 개의를 의무화하고 참석률을 높이는 개정안은 입법 효율성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정쟁으로 인해 공전을 되풀이하는 국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이다.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하는 국회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간담회에서 "현행 국회법은 잘 돼 있지만 뼈가 뒤틀린 것"이라며 "뼈만 바로잡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근거 없는 상임위·소위의 만장일치제 개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한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법 개정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하는 국회법이 자칫 여당 독주의 법안 처리로 왜곡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국회 출석률에만 치중할 경우 자칫 국정 감시, 지역 민심 수렴 등 다른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역할은 크게 입법과 국정 통제, 국민의사 수렴 등 3가지"라며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 하에 정부 견제 역할을 소홀히 하면 자칫 여당 독주로만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축소 방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엇갈려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에서)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주장하는데 이는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하는 21대 국회' 기치로 개원 준비속도

더불어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를 기치로 21대 국회 개원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구성해 '일하는 여당' 이미지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며 "국회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었던 '이게 국회냐'는 질타를 '이것이 국회다'라는 찬사로 바꿔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 방법은) 숙의 총량을 유지하되 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상시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폐지, 복수 법안소위 확대 등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지난 21일 3선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일하는 국회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은 조승래·정춘숙·조응천 의원과 초선인 고민정·김수흥·이용우·정정순 당선인이 함께 하며 오는 25일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국회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반드시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하는 국회 추진단이 개설된 것"이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현실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추진단의 목표"라고 전했다.

사실상 21대 국회 의장으로 확정된 박병석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장이 되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우리 국회를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는 것을 저의 첫째 사명으로 삼겠다"며 "이를 위해 개원 직후 '일하는 국회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 선진국, 무노동·무임금 원칙…의원직 박탈부터 국민소환제까지

의회정치가 발전한 정치 선진국에서는 일하지 않으면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뿌리를 내렸다.

'무단결근'이 잦은 경우에는 의원직까지 박탈하는 국가도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다. 회기 중 출석하지 않은 의원의 세비를 깎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입법 활동을 의무화하고, 이를 게을리 했을 때 제재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다.

231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의회는 불출석 일수에 따라 수당을 삭감한다. 지난 2016년 제라르 라셰르 프랑스 상원의장은 "14명의 동료 의원들이 불충분한 출석률을 보였다"며 2100유로, 우리 돈 283만원의 보조금을 삭감했다.

프랑스 상원은 소속 의원이 법안 표결이나 상임위원회 등에 참석했는지를 조사해 출석률이 절반에 못 미치면 보조금을 깎고 있다.

프랑스 하원에서도 한 회기 동안 열리는 공개투표에 1/3 이상 빠지면 수당의 1/3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심지어 세번 이상 결석하면 상임위원직 박탈은 물론 허가 없이 2달 이상 본회의에 결석할 경우 아예 의원직을 박탈해버린다.

독일은 더욱 엄격하다. 독일 하원은 회의에 불참할 때마다 세비 100유로가 차감되고 허가 없이 빠지면 못 받는 돈이 두 배로 늘어난다.

또 벨기에는 의원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상습 결석자는 세비를 최대 40%까지 깎는다.

스위스 국회의원은 회의 참석 때마다 440 스위스프랑, 우리 돈 56만 원을 받는데 불출석하면 이 돈을 못 받는다.

스웨덴은 의원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세비를 월(月) 단위가 아니라 주(周) 단위로 지급한다.

터키는 회기 중 한 달에 5일 이상 불출석하면 제명된다.

캐나다의 상·하원 역시 불출석 일수가 1년에 21일을 넘으면 한 번 빠질 때마다 120 캐나다달러, 우리 돈 10만 원씩 세비를 못 받게 된다.

호주는 상·하원 모두 두 달 동안 연속으로 출석하지 않는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

영국은 전세계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채택했다. 영국은 범죄행위로 기소돼 구금형을 선고받거나 하원의원직 수행을 14일 이상 정지당하는 경우 국민소환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국민소환법을 지난 2015년 제정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의원을 해임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 국민소환법은 지역구 유권자의 10% 이상이 소환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면 해당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노동당 소속이었던 피오나 오나산야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지역구인 피터보로의 유권자 27.64%가 소환을 요구하는 서명을 해 처음으로 국민소환제로 의원직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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