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5.24 13:00

국내 관용헬기 10%만 국산…연간 운용유지비 3배 이상인데도 5대 정부 기관 '외산 짝사랑'

수리온 소방헬기(한라매)가 제주소방항공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AI)
수리온 소방헬기(한라매)가 제주소방항공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AI)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수리온'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번째 중형 기동헬기다.

군의 노후화된 외산(外産)헬기를 국산헬기로 대체하기 위한 '한국형 헬기사업(KHP)'의 결과물이다. 정부와 민간이 약 1조 3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설계·제작했다.

수리온이 완성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로 헬기를 자체 개발한 나라가 됐다

이후 수리온은 다양한 파생형으로 개량돼 관·민수용 헬기의 국산화도 꾀했다. 

큰 뜻을 품고, 대규모 개발비를 들여 국책사업으로 제작된 국산헬기는 뜻밖에도 찬밥 신세다. 외산헬기를 대체하고자 만든 국산헬기지만 정부 기관들은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상황도 나온다. 

◆관용헬기 국산 비중 고작 10%

국내 관용헬기는 경찰청, 해경청, 산림청, 소방청, 국립공원 5개 기관에서 총 120대를 운용 중이다. 120대 중 국산헬기는 지난 3월 기준 고작 12대로,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경찰청이 8대를 운영하며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해경은 2대, 소방·산림청은 각각 1대씩이다. 

업계에서는 "관용헬기 도입 시, 국산헬기를 배제하고 외산헬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1조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했지만, 정작 사용은 꺼리는 셈이다. 

역차별 논란도 있다. 일부 기관은 국산헬기가 충족하기 어려운 입찰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관마다 헬기 도입 기준이 제각각인 탓이다. 

입찰 시 '국토부 형식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형식증명은 항공기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국토부는 일반적으로 민간항공기의 형식증명을 맡는다. 태생이 군용기인 수리온은 방위사업청 형식인증은 획득한 상태지만, 국토부 형식증명서는 발급받을 수 없다. 국산헬기 입찰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일종의 독소조항이다. 

또한 소방·산림청은 외산헬기 용역비용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하나, 국산헬기 용역비용은 총사업비에 포함해 부가세를 적용한다. 입찰가 제안부터 국산헬기가 손해를 보고 들어가는 구조이다.

반면 경찰청은 국산헬기 부가세에 영세율을 적용 중이다.

◆주요 선진국 앞다퉈 '국산헬기 퍼스트'

정부 기관의 '국산헬기 패싱' 기조는 세계적 흐름에 크게 역행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산 제품을 우선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관용헬기의 92.5%가 자국산이다. 프랑스는 97.2%, 러시아는 99.7%에 달한다. 이탈리아·독일·스페인 등도 자국산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자국 내 운용 실적이 세계시장에서 일종의 '성적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국에서도 외면받는 제품에 관심 가질 소비자는 드물다. 실제로 국내 항공산업 수출은 지난 2015년 26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정체 상태다. 

아울러 유지비 측면에서도 국산화의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외산헬기의 연간 운용유지비는 국산헬기의 3배 이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국정감사서 운용유지비가 공개된 소방헬기 17대는 5개 기종으로 구성됐다. 운용유지비는 연간 342억원이다. 이를 모두 국산으로 통일해 1개 기종으로 운영하면 연간 운용유지비가 99억원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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