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5.25 10:05

인근 CCTV에 해변 가로지르는 6명 찍혀…군·경, 주민신고 전 파악 못해

충남 태안군 일리포 해변에서 발견된 모터보트. (사진제공=태안해안경찰서)
충남 태안군 일리포 해변에서 발견된 모터보트. (사진제공=태안해안경찰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충남 태안군의 한 해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터보트 한 대가 발견됐다. 해당 보트에서 중국어가 적힌 옷가지·식품 등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당국은 중국인이 밀입국한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은 지난 23일 오전 10시 55분경 마을 주민이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일리포 해변에 버려진 소형 보트를 발견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해당 보트는 길이 4m에 정원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보트로, 60마력의 선외기 엔진을 탑재한 레저용 모터보트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트를 발견한 주민은 보트가 20일부터 해변에 방치돼 있어 이상한 점을 느끼고 군 초소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경 당국은 주민 신고가 들어온 23일까지 최소 2~3일 동안 이 보트의 존재를 인지조차 못 하고 있던 셈이다. 

신고를 받은 군 초소는 태안해경 모항파출소에 확인을 요청했고, 확인 결과 보트 안에서 중국어가 적힌 물품과 옷가지, 먹다 남은 음료와 빵 등이 발견됐다. 이를 근거로 해경은 중국인들이 보트를 타고 밀입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군·경이 인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보트에서 3~6명가량이 내려 해변을 가로질러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실제 보트가 발견된 장소는 해당 CCTV가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진 곳이었다.

또 보트가 발견된 곳에서 400m가량 떨어진 마을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도 지난 21일 6명의 남자가 지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다만 해경은 발견된 보트에 원거리 항해 등에 필요한 항해·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레저용 엔진이 탑재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CCTV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과 전날(23일) 발견된 모터보트와의 관련성 여부, 밀입국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확인 선박이 해변에 접안해서 최대 6명이 국내에서 잠적했지만, 군·경 모두 주민 신고가 있을 때까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계 근무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트가 발견된 일리포 해변은 직선 거리상 중국과 가장 가까운 지점 중 하나고, 태안 기지는 북한·중국과 가깝다는 점에서 서해안 방어 최전선에 있는 중요 거점이다.

최근 일부 군부대에서 민간인 출입 통제 실패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성추행을 비롯한 군기 문란 사고가 일어나는 등 군 기강 해이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군·경 당국의 경계가 민간 소형 보트 한 대에 뚫리면서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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