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5.26 16:42

항공사 구제금융 중 최대규모…26년 만에 부분국유화 운명 처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기. (사진=루프트한자 홈페이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90억 유로(약 12조179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기로 독일 정부와 합의했다. 이로써 루프트한자는 민영화된지 26년 만에 다시 부분 국유화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에 모두 90억 유로를 지원하고, 대신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국이 내놓은 항공사 구제금융 규모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국책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이 30억유로(약 4조596억원), 연방경제안정화기금(WSF)이 57억 유로를 초반 4% 금리로 지원한다. WSF는 별도로 루프트한자 지분 20%를 3억 유로(약 405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루프트한자는 1994년 민영화된 후 26년 만에 다시 국유화될 운명이 됐다.

다만 루프트한자 경영이 정상화되면 2023년까지 정부 보유 지분은 매각된다. 그때까지 정부가 임명한 이사 2명이 루프트한자 감독이사회에서 회사 경영 전반을 통제하게 된다. 또 루프트한자가 독일 당국에 이자를 내지 못하면 당국은 5%의 지분을 추가로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독일 정부는 적대적 인수합병(M&A) 건을 제외하고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반독점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외국 업체가 헐값에 루프트한자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라며 "국가 기간산업이자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초 루프트한자는 정부에 조건 없이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며 국영화를 완강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자 정부안을 수용했다. 루프트한자는 1분기에만 승객 99%가 줄어 12억 유로(약 1조6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제금융안 외에도 루프트한자는 향후 몇 년 내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1만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한편, 유럽 각국은 코로나19발 위기로 자국 항공사들의 국유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적기인 알리탈리아에 5억 유로(약 6700억원)를 지원하면서 완전 국유화에 나섰고, 포르투갈도 TAP포르투갈의 국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