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5.27 12:11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발굴된 금동 신발 노출 상태. (사진제공=문화재청)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발굴된 금동 신발 노출 상태. (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경북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43년 만에 '금동 신발' 한 쌍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경주시와 함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경주 황남동 120호분' 조사에서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각종 말갖춤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27일 밝혔다. 

아직 발굴조사는 초기 단계지만, 문화재청은 금동 신발 등 출토유물의 중요성을 고려해 27일 오전 11시 언론 공개회를 갖고 오후 2시엔 일반인에게도 현장을 공개하기로 했다. 현장설명회는 '생활 속 거리두기' 준수 차원에서 언론 공개와 일반인 공개로 나뉘어 진행되며, 참석자들에 대한 발열 확인 및  손 소독제 사용 의무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경주 황남동 120호분 일원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경주 황남동 120호분 일원 전경. (사진제공=문화재청)

경주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 내에 있는 황남동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번호가 부여됐으나 주변에 민가가 들어서는 등 훼손되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불확실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의 잔존 여부와 범위 등을 파악해 앞으로 진행할 유적 정비사업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진행해왔다.

2019년 120호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20호분의 북쪽에 있는 120-1호분과 120호분의 남쪽에 위치한 120-2호분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어진 발굴조사 결과 120호 봉분은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20호 봉분은 마사토(화강암이 풍화해 생긴 모래)를 사용해 만들어졌는데, 경주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나무 덧널 위에 돌을 쌓고 흙을 덮어 만든 신라 고유의 무덤 형식) 가운데 마사토로 봉분을 축조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0-1호분과 120-2호분은 120호분의 봉분 일부를 파내고 조성돼 있어 120호분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20-1호분에서는 쇠 솥과 유리구슬, 토기류 등이 출토됐고 120-2호분의 매장주체부에서는 대체로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유물이 발굴됐다.

특히 지난 5월 15일에는 120-2호분에 묻힌 피장자이 발치에서 '금동 신발(飾履)' 한 쌍이 발견됐다. 신발은 표면에 'T' 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瓔珞, 영락)가 달려 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금동 신발이 출토된 적 있으며,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신발이 출토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43년 만이다.

지금까지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망자를 장사 지내어 보내는 의례(葬送 儀禮, 장송 의례)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허리띠 장식용 은판 노출 상태. (사진제공=문화재청)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허리띠 장식용 은판 노출 상태. (사진제공=문화재청)

이외에 피장자의 다리 부분에서는 허리띠 장식에 사용된 은판(銀板)이, 머리 부분에서는 신발에 달린 것처럼 여러 점의 금동 달개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도 확인됐다. 앞으로의 발굴조사는 이 달개가 머리에 쓰는 관(冠)이나 관 꾸미개(冠飾, 관식)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될 방침이다.

부장칸에서는 금동 말안장(鞍橋, 안교)과 금동 말띠꾸미개(雲珠, 운주)를 비롯한 각종 말갖춤(馬具, 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 솥, 다양한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발굴조사단은 추후 120-1·2호분의 조사를 완료한 뒤 아직 내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120호분의 매장주체부도 본격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120호분은 120-1·2호분보다 봉분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보다 더 높은 위계의 유물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출토된 금동 말안장/금동 말띠꾸미개/청동 다리미/금동 말갖춤 장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황남동 120호분의 발굴조사가 진전되는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도 현장 설명회 등을 통해 꾸준히 조사 성과를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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