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5.30 16:00

뉴스웍스 기획취재팀 탐사보도…결론은 신종 다단계 수법

한 인스타그래머가 올린 영수증 부업 홍보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한 인스타그래머가 올린 영수증 부업 홍보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영수증 부업으로 명품가방 플렉스(FLEX‧돈 자랑을 하다). 궁금하다면! 오픈채팅 주세요^^”. 이는 영수증 부업을 통해 디올(Dior) 가방 구입이 가능했다는 인스타그래머 새○언니의 게시물 내용이다.  

팔로워 2000여 명을 보유한 그의 계정에는 “기특한 영수증으로 또 수익금 뽑았어요. 이틀 뒤에 여행가서 팍팍 쓸 거예요”, “백수 새○이가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오픈채팅으로 문의주세요”와 같이 영수증 부업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뉴스웍스 기획취재팀은 어떻게 영수증을 활용해 이처럼 막대한 수입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영수증부업’을 검색하면 새○언니처럼 플렉스하는 수많은 언니, 맘, 쌤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만 12만여 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수증만으로 명품을 구입하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불특정다수를 현혹했지만 취재팀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다는 판단 아래 탐사보도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인 신종 다단계 수법이었다.

◆영수증 게시는 하루 1건으로 제한…1년 매일 올려야 원금 보전

영수증 부업 관련 글을 살펴보면서 눈에 들어온 하나의 업체, 후○톡이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보니 수익 실현을 하려면 돈을 내고 정회원에 가입해야 했다.

정회원 종류는 골드형(가입비 11만원‧수당 300원), 프리미엄형(33만원‧500원), 후기플러스형(77만원‧1000원), 후기VIP형(99만원‧2~3000원), 후기VVIP형(198만원‧5~6000원) 등 총 5가지다.

수익구조는 간단했다. 정회원 가입 후 영수증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면 수당을 주는 방식이다. 가장 저렴한 골드형에 가입해 영수증 100장을 올리면 3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가장 비싼 후기VVIP형을 선택하면 영수증 100장으로 최대 60만원을 벌 수 있다.

문제는 영수증 게시가 하루 1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회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년을 꼬박 매일 영수증을 올려야만 가입비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일단 한 번 정회원이 되면 2년, 3년 영수증 게시로 소소하게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부업인들이 이야기한 플렉스는 불가능해 보였다.

◆영수증은 뒷전…‘호구 낚기’에만 열중

그렇다면 부업인들은 어떻게 명품을 사고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었던 것일까. 관련 게시물들을 다시 세심히 살펴보니 막대한 수입의 근거는 영수증이 아니라 정회원 ‘모집 수당’이었다.

우선 취재팀은 부업인들이 게시물에 첨부해놓은 카카오톡(카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오픈채팅방은 대개 익명으로 대화하지만 영수증 부업 관련 방은 카톡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던 점이 독특했다. 방장 역시 본인의 얼굴 사진과 본명을 채팅방 소개에 내걸 정도로 당당했다.

이른바 본인을 ‘○○언니’, ‘○○쌤’, ‘○○맘’이라고 일컫는 방장들은 영수증 부업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이들을 열과 성을 다해 맞이하고 정보를 제공했다.

방장들은 영수증 수당보다 모집 수당이 더 큰 매력이라고 홍보했다. 정회원을 물어오면 1명당 최대 99만원을 벌 수 있다고 구미를 당겼다. 또 저렴한 골드형보다는 부담스러운 후기VIP형에 가입하길 추천했다. 전자는 정회원 모집에 대한 수익률이 10%에 불과한 데 반해 후자는 50%라는 이유에서다.

우○언니라는 방장은 “당장 비용이 부담된다고 골드형을 선택하면 후기VVIP형 회원을 모집하더라도 19만8000원을 받지만 후기VIP형의 경우 99만원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장인 유○쌤은 “초기비용이 아깝다고 생각되면 카드 할부로 결제를 해보라”며 “나도 빚이 있어서 할부 결제했지만 지금은 이 부업으로 모두 갚았다”고 정회원 가입을 종용했다.

결국 심도 있는 취재를 위해 가입비 11만원 회원제(골드형)에 가입했다. 그렇게 그들의 세계에 들어갔다.  <2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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