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5.27 15:05

윤호중 "상임위원장 배분, 야당과 협상할 일 아냐"…배현진 "건전하고 상식적인 의회 협치 필요"

26일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원(院) 구성 협상을 위해 회동한 김태년(오른쪽 세 번째)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오른쪽 네 번째) 통합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26일 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원(院) 구성 협상을 위해 회동한 김태년(오른쪽 세 번째)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오른쪽 네 번째) 통합당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여야 양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팽팽한 기 싸움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자 미래통합당은 "국회를 엎으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27일 18개 상임위원장 전 석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행정부 견제와 협치를 주장해온 통합당의 입장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협상이 난항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6월 8일인 원구성 법정 시한 준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있게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지난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여야 간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 관행화됐는데, 이는 절대 과반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를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제로 운영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그전까지 국회는 다수당 지배 원칙이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다수"라며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해가라는 국민의 뜻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갖고 책임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사무총장은  "13년부터 이어내려온 국회 운영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발목 잡기 논란과 동·식물국회 비판을 받은 그릇된 관행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는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를 위해 협상에 힘을 싣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그게 원칙"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원내대표단이 자리를 걸고 이 원칙(상임위원장 전석 확보)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서 나온 전체 상임위원장 독식에 대해 "지금 국회를 엎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보고 다 채우라고 하지"라며 "자기들이 30년 째 야당 할 때 자기들 주장 때문에 (통합당 전신인 보수정당들이 집권 여당 시절에) 못 가져왔던 것 아니냐. 입장이 바뀌었다고 그러면 국회가 뭐가 필요하나"고 반박했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구성 협상 놓고 과격발언을 이어가는 여당 지도부에 자중자애를 당부한다"며 "177석 거대여당의 인해전술 의회독주가 아닌 건전하고 상식적인 의회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통합당의 상임위 배분안은 여당이 과거 야당이던 시절에도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의회의 역할 견지를 위해 동일하게 요구했던 안건들"이라며 "여당 지도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둘거나 으름장을 놓는 인상은 새 국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원칙을 주장하고 통합당은 삼권분립을 위한 관행을 역설한다. 국회법 제41조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거로 뽑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으로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제13대 국회(1988년 총선)에서부터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관행적으로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졌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 회의 등을 주재하며 각종 법안 논의와 의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차지할 경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우려가 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원장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를 다 가져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 시킴으로써 법사위와 예결위를 놓지 않으려는 통합당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작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법사위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거치는 마지막 관문이고 예결위는 초유의 확장재정 정국에서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다. 입법과 예산 심사라는 국회의 핵심 기능을 총괄하는 상임위라서 제17대 국회 이후부터는 통상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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