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5.27 16:39

"원격의료, 의료비 폭등 불러…비대면 진료, '대면 진료' 보조 수단으로 허용해야"

민주노총·한국노총 및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b>기자회견</b>을 열어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제공='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민주노총·한국노총 및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제공='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민주노총·한국노총 및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변희영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다음 달 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비대면 산업 육성의 하나로 비대면 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2차 유행을 대비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비대면 의료 플랫폼 구축을 위한 예산을 일부 반영하려 한다'고 했다"며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와 감염 대응을 '비대면 의료' 추진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범위 확대, 새로운 부가서비스, 비대면 의료 플랫폼 구축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감염병 사태로 불가피하게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에 그치는 것이 아닐 것임을 알 수 있다"며 "비대면 의료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도 나서서 "비대면 진료가 하반기 보건의료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 방향 중 비대면 산업 육성에 포함된 것은 이것이 국민들의 건강, 안전, 생명보다는 산업 육성과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든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에 원격의료와 핵심적으로 관련되는 분야는 '신산업 기회 선점'이지 질병 극복이 아니다"라며 "질병 극복은 아예 연관분야도 아닌 것으로 돼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2014년 복지부는 만성질환자 585만 명에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원격의료에 필요한 장비에만 최대 20조 원 이상 지출이 예상된다고 추정했다"며 "의료기기, IT 기업들에는 엄청난 이윤 창출 기회다. 환자들의 의료비용 증가는 그 댓가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비용이 원격의료 장비에만 드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장비를 이용한 병원과 보험회사의 서비스에도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그래서 원격의료는 의료비 폭등이다. 여기에 민감한 개인 건강정보의 상업적 개방으로 인한 심각할 수 있는 유무형의 피해가 더해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의료비 폭등에 비해 원격의료는 안전성, 유효성도 입증된 바 없다"며 "2010년~2013년에는 산자부가 무려 355억을 들인 시범사업을 해 원격의료가 우수하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결과 왜곡과 사실 은폐라는 점이 밝혀져 망신만 당했다"고 폭로했다. 

박 부위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도 적시했다. 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1차 시범사업 결과는 객관적 데이터도 없이 만족도만 조사한 레포트 수준의 허술한 문서였고, 2015년 2차 시범사업도 환자-대조군 수가 적고 조사기간이 겨우 3개월로 짧아 졸속이라고 평가됐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 국면의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사실 이상으로 침소봉대하는 것도 속이 빤히 보이는 짓"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 사태 동안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며 비대면 의료서비스 육성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비대면 진료는 불가피하거나 의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허용돼야지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이것을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차원으로 자리매김하면 주객은 전도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고 투자는 이윤을 내야만 한다"며 "따라서 건강, 안전, 생명은 기업 이윤보다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기업들과 한배를 탔다'고 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도 전에 원격의료, 의료정보 상업화 등 기업들을 위한 의료 민영화, 영리화 계획과 로드맵까지 서둘러 내놓았을 것"이라며 "반면, 시민사회가 코로나19 사태 내내 시급히 실행할 것을 촉구해 온 공공의료, 의료인력 확충 대책과 준비상황은 한 번도 밝힌 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지금 시급해 해야 할 일은 원격의료가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10%밖에 안되는 공공병상을 대폭 확충해 OECD 평균인 73%까지는 안 되더라도 짧은 기간 내에 30%까지 늘릴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환자 병상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환자 당 간호인력을 법으로 강제해 병상 당 간호사가 OECD 평균의 1/3 수준인 열악한 간호노동 현실을 바꿔 숙련된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또 국가장학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육성하고 공공 의료기관에 의무 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며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다른 낯선 감염병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