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28 17:21

간호협회, 코로나19 의료현장 지킨 간호사 960명 설문

(사진=KBS뉴스 캡처)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코로나19 의료현장에 투입됐던 간호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병원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호복 부족과 부실한 교육 및 매뉴얼, 자가격리실 숙소 마련, 적정보상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28일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간호사 근무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간협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간호사는 960명으로, 이들은 감염병 전담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중증응급진료센터 지정병원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한 의료기관과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했다.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과로에 의한 건강관리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사의 55.7%가 건강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이틀 이상 출근했으며, 이중 27.3%는 거의 매일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 간호사의 76.5%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고, 건강 이상으로 과로에 의한 피로누적 52.6%, 장시간 근무에 따른 집중력 저하 31.7% 등을 고충대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근무시간 8시간 기준, 간호사의 40%가 1시간 이내로 방호복을 탈의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답했다. 이는 ‘2~3시간마다 30분을 쉬도록 한 복지부 지침’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별도의 휴식공간이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가 36%에 달해 시간과 공간부족 모두가 간호사들의 피로를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근무자의 감염방지를 위한 방호복은 턱없이 부족했다.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고 근무한 시간이 평균 2시간에 불과한 간호사가 47.4%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24%에 이르는 간호사가 4시간 이상 땀에 찬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부족 현상도 심해 응답자의 65.3%가 이를 경험했고, 심지어 보호구를 재사용했다는 간호사도 19%나 됐다.

간호사들이 현장근무 뒤 자가격리 상태로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기본원칙이다.

'근무 종료 후 자가격리를 하지 못했다'고 답한 간호사가 70%에 달했다. 이는 파견간호사(23.2%)에 비해 원내소속 간호사(77.5%)의 경우 더 심했다. 이들은 가족 감염위험 때문에 자택 외에 기숙사(15.5%), 숙박업소(12.1%), 원내(7.6%) 등에서 기거했으며, 이중 숙박비용을 자부담(23.2%)한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한 사전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파견간호사는 92%가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았지만 원내간호사의 22.5%는 별도 교육이 없었다고 답했다. 교육내용 역시 부실해 방호복 탈착방법을 알려주는 수준(31.6%)에 머물러 향후 교육내용의 보완과 시간확대, 매뉴얼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적정보상에 대한 불만은 파견간호사보다 병원간호사가 심했다. 병원 소속 간호사의 93.8%가 '특별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답해 파견간호사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정부나 병원경영진이 병원간호사의 활동을 기존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간호협회는 “매뉴얼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겼다”며 “의료인의 안전판 마련과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만들어 국가적 긴급 재난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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