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5.31 00:01
카카오톡 오픈채팅 메뉴에는 영수증 부업 문의방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진다. (자료=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박지훈 기자] 과연 멘토가 전수한 노하우로 정회원을 모집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려오면 어쩌나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먼저 멘토의 가르침에 따라 영업의 기본인 카톡 오픈채팅방을 열었다. #영수증부업 #초기비용있음 #99만원 #카드할부가능 #쉬운부업 #24시간상담가능 등의 태그를 달고 5만원권 돈다발 사진을 메인 화면으로 활용했다. 팔로워가 약 500여 명인 기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픈채팅방 홍보 글도 올렸다.

하지만 채팅방을 열어둔 5일 동안 단 한 건의 문의도 없었다. 저가 회원제를 가입한 탓에 멘토의 세심한 관리와 조언을 받지 못한 결과일까. 아니면 취재팀보다 더 부지런한 경쟁자가 무수히 많은 영향일까.

◆돈 쏟아 부어도 1명 낚기 쉽지 않아

취재해보니 회원제 가격의 문제는 아니었다. 약 300만원을 결제하고도 정회원을 1명도 유치하지 못한 사람(D씨)이 있기 때문이다.

D씨는 멘토가 직접 홍보물을 제작해주겠다는 말에 99만원 회원제에 덜컥 가입했다. D씨에 따르면 가입 하기전 만해도 살갑게 대하던 멘토가 입금한뒤엔 태도를 바꿨다. 사람을 꼬드기기 위해 을처럼 행동했던 멘토는 교육 자료를 주면서 갑 행세를 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그는 “멘토가 만들어준 홍보물은 너무 형편없었고 다른 솔루션을 요구하자 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잔소리만 해댔다”며 “결국 멘토와의 소통을 포기하고 제대로 된 홍보물을 만들기 위해 포토샵을 따로 돈 내고 배웠다”고 말했다.

홍보물 제작에 자신감이 생긴 D씨는 다른 비법을 얻기 위해 두 번째 멘토를 통해 99만원 회원제에 다시 가입했다. 멘토는 상담문의 응대방법이 담긴 자료를 전달해줬다. 그것도 PPT나 한글 문서도 아닌 고작 메모장에.

문의자가 채팅방에 들어오면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특정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하는지 등이 적혀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취재팀은 소름 돋았다. 앞서 유○쌤은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을 때 취재팀의 질문에 재빨리 응답했는데, 그 답변은 실시간으로 작성한 게 아니라 이른바 ‘복붙(복사+붙여넣기)’이었던 것이다.

D씨의 두 번째 멘토는 ‘손소통’을 강조했다. 손소통이란 본격적인 영업 전, 인스타그램에 일상사진을 공유하고 인스타친구(인친·인스타그램 안에서만 아는 친구)와 소통하며 팔로워 수를 늘리는 작업이다. 언젠가 먹이가 될 멘티를 미리 포섭해놓는 개념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법도 한철 지난 수법이었다. 팔로워 1500명을 만든 D씨가 영수증 부업 관련 글을 올리자 인친들이 언팔(팔로우 취소)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적절한 홍보게시물로 신고 됐는지 열심히 만든 계정이 강제로 비활성화 되기도 했다.

D씨는 포기하기 않았다. 세 번째 멘토를 찾아 99만원 회원제에 또 가입했다. 이 멘토는 인스타그램 인기게시물 작업을 도와줬다. 특정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먼저 인기게시물이 나오고 다른 메뉴를 선택하면 최근게시물을 볼 수 있다. 검색 즉시 바로 보이는 인기게시물에 D씨의 홍보물이 노출되도록 멘토가 도움을 준 것이다.

D씨는 “멘토가 제법 잘 챙겨주는 걸로 생각했지만 상담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원금 회수는커녕 약간의 수입도 없었다”며 “이제 다른 부업으로 옮겨가볼까 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사기 당했다고 생각 안 해…오히려 플랫폼 탓만

이후 D씨는 후○톡과 유사한 부업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SNS 부업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SNS 부업을 접은 E씨는 “이런 부업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이 본인들이 사기 당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며 “몸담고 있는 플랫폼이 한물 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멘토들이 수익금만 받아먹고 멘티를 버리고 다른 부업사이트로 옮긴 후 다시 멘티에게 연락해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통상 다단계 영업은 A가 B를 데려오고 이어 B가 C를 유치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익 구조(A-B-C-?)를 갖고 있는 반면 최근 유행하는 SNS 부업의 경우 멘토와 멘티처럼 2단계(A-B) 구조만 존재한다. 이로 인해 부업인들은 불특정다수를 꼬드겨 정회원을 유치하는 행위를 다단계 사기라고 믿지 않았다.   <4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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