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3.28 15:39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은 상징성이 크고 많은 희망을 낳기도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측면에서 너무 장밋빛으로 전망하는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실적으로 쿠바 경제의 장벽은 두텁고 또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쿠바 측의 변화 폭과 속도는 현 쿠바 사회주의 시스템의 경직성으로 볼 때 당분간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는 미국의 일방적인 것이다. 쿠바가 이를 수용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쿠바 정부와 국내법 등에 달려있다.

결국 쿠바의 수용폭은 현 쿠바정권의 안정성과 체제유지의 기반 위에서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따라 현지 언론에서 거론하고 있는 제제완화 효과는 일단 관광객 증가로 쿠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관광객들의 증가는 문물의 교환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변화도 빠르게 진행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인 관광객 급증 효과는 경제제재가 풀리는 즉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미국의 대(對)쿠바 관광객은 전년대비 77% 증가한 16만명을 기록했다.
미국인들에 대한 여행 완전 자유화가 실현되면 미국관광객수는 연간 100만명을 넘어 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쿠바에는 유럽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이 가파르게 상승세다. 지난해 전체 해외 관광객수는 전년대비 17% 늘어난 352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환경에 있어서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미국의 일방적 경제제재 완화 조치에 대한 쿠바정부의 수용 폭은 제한적이다. 쿠바정부는 기존의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제재가 완화된다해도 쿠바 정부의 수용속도 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현재 미국에서 대(對)쿠바 투자진출을 본격 추진하는 중인 기업은 극소수라는 것도 경제제재 완화 후 가파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한다.

현재 미국의 클레버 엘엘씨(Cleber LLC)사는 미국자산통제국의 승인을 받고 마리엘특구에 소형 트랙터 조립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투자규모는 500만달러에 연간 1000대 조립생산 규모에 불과하다. 엄청난 변화나 거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이는 수준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직전 쿠바 관보인 '그랑마(Granma)'는 “쿠바는 오바마의 양국 관계정상화 조치 노력과 역사적 방문을 환영한다. 양국관계는 새로운 관계구축에 돌입했다. 그러나 쿠바는 ▲주권 ▲자기결정권 ▲혁명정신을 철저히 수호할 것이다” 라고 밝혔다.
즉 기다리던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이어질 지라도 주권과 자기결정권이 없는 막무가내식 개방은 없을것이라는 얘기다.

또하나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미국과 쿠바간 국교 정상화이후에도 사실상 해제될 줄 알았던 제재조치들이 여전히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세기넘게 서방세계와 단절됐던 쿠바에 대한 감정이 하루아침에 눈녹듯이 녹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쿠바와 국교 수립을 선언했고 지난해 7월20일 양국 수도에있던 외교연락부는 대사관으로 격상됐다. 사실상 국교수립이 완료된 시점이다.
그러나 핵심적 경제제재는 건재하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 2009년부터 올해까지 쿠바제재법 위반혐의로 총 48건 144억달러 규모의 벌금이 쿠바측에 부과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추진하던 최근의 경우만 짚어보더라도,
지난 2월22일 프랑스의 지질탐사장비 제조업체인 CGG Service사는 2010~2011년에
쿠바의 원유탐사선에 미국산 부품과 장비 공급 사실이 발각되어 61만달러의 벌금 부과됐다.
지난 1월20일 미국의 건축설계회사 WATG사의 영국자회사는 2009~2010년 중 쿠바의 호텔 설계작업을 맡은 카타르기업의 외주를 수행에서 받은 35만달러의 수익이 발각돼 14만달러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지난해10월20일 프랑스 농협 은행(아그리꼴‧Agricole)은 자회사 CACIB가 2003~2008년까지 쿠바 관련 173건의 달러거래를 한 사실로 인해 무려 7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이 처럼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전히 해제된다 해도 쿠바 정부의 수용범위가 먼저 정해져야 하고 이에 맞춰 해외 기업들의 쿠바진출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 그런데 쿠바 정부의 수용범위는 현재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따라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효과가 발생했던 것처럼 쿠바를 바라는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바 정부는 관보를 통해 밝힌 것처럼 시장경제의 확충보다 체제안정 즉 혁명정신 계승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쿠바 정부의 정책 노선은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안착단계에 접어들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쿠바 관계를 보면, 앞으로 언젠가 닥칠지도 모를 미국과 북한, 남북한 관계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