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5.28 18:08

서울고법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에 집행정지 효력까지 있지는 않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1월 31일 오전 8시 53분께 조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검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SBS캡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SBS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재구속 후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논리를 펼치며 항소심 재판부의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이 회장이 검찰의 구금 집행 처분에 불복해 낸 준항고를 전날 기각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이 풀려날 때와 유사한 법리를 석방의 근거로 제시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43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으나 1심 도중 건강 문제로 보석 석방됐다. 이후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을 면했다. 지난 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에따라 보석 상태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다.

이 회장이 불복한 배경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석방이 있다.

이 회장과 동일한 재판부의 심리로 지난 2월 진행된 항소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지만 6일 만에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이 석방된 것은 항소심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해 재항고하면서, 그에 따른 집행정지와 관련한 법리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재항고란 항고법원이나 고등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로 '두 번째' 항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상 재항고가 즉시항고의 성격을 갖는다고 취급되는 점에 착안했다.

여러 종류의 항고 가운데 즉시항고만 집행정지 효력을 갖는데, 항소심 법원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곧 즉시항고이므로 같은 효력이 있어 집행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에 대한 견해가 대립하므로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집행을 정지했다.

이 회장의 경우 이미 즉시항고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보석취소 결정에 따른 검찰의 구금 집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만 그 내용은 "즉시항고 기간에는 집행이 정지돼야 하는데 검찰이 구금 집행을 지휘했으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의 주장과 사실상 같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에 집행정지의 효력까지 있지는 않다"며 이 전 대통령과 이 회장 측이 주장한 법리해석은 따를 수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우선 일반적인 보석취소 결정은 기본적으로 즉시항고가 아닌 보통항고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즉시항고처럼 집행을 정지하는 효과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나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고등법원의 결정이다 보니 재항고를 해야 하지만, 보통항고와 다르게 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이 고등법원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이 정지된다면, 유독 항소심에서만 사유가 있어도 보석취소를 못하는 결과를 용인하게 된다"며 "이는 피고인의 도망·증거인멸·피해자 가해 등을 보석취소 사유로 정한 형사소송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시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과 폐해의 우려를 고려해 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며 "즉시항고의 속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보석취소 결정의 재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 사건이 첫 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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