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28 15:51
깃을 둥글게 만든 조선시대의 관복 단령(團領)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조선시대의 관복이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이 관원(官員)이다. 그 관(官)은 본래 다스림을 행하는 관공서의 의미만을 지녔었다. 관서(官署), 관부(官府) 등의 뜻으로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새김을 얻는다. 문관(文官), 군관(軍官), 법관(法官)의 형태다.

‘남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吏(리)라는 글자도 역시 ‘관원’의 뜻을 지닌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 때는 높고 낮은 관원 모두에게 이 글자를 붙였다가, 한(漢)나라 이후 낮은 계급의 관원들만을 지칭하는 글자로 변했다. 어쨌거나 관리(官吏)라고 해서 두 글자를 합치면 넓은 의미의 공무원을 가리키는 단어다.

관료(官僚)라고 할 때의 僚(료)라는 글자 역시 관원의 의미다. 그래서 같은 관공서에서 일하는 관원들은 서로를 동료(同僚) 또는 요우(僚友)라고 했다. 비슷한 새김을 지닌 글자로는 仕(사)와 宦(환)이 있다. 벼슬길을 표현하는 단어의 조합은 사로(仕路), 사도(仕途), 환도(宦途), 환로(宦路) 등이다.

음모와 계략이 춤을 추는 벼슬길의 여러 풍파(風波)를 지칭하는 단어는 환해(宦海)다. 여느 바다 못지않게 비바람이 갈마들면서 많은 변수가 닥치는 곳이다. 공직에 나섰으나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권력과 재물로 채우는 주머니가 있으니, 그 이름이 환낭(宦囊)이다.

관리들에게 주는 급여가 봉(俸)과 록(祿)이다. 둘을 붙여 봉록(俸祿)이라 부르기도 하고, 비슷한 새김의 秩(질)이라는 글자를 동원해 봉질(俸秩), 녹질(祿秩)이라고도 한다. ‘차례’를 일컫는 질서(秩序)라는 단어가 원래는 관원의 계급과 그 봉록의 차이를 일컬었던 데서 비롯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권력자가 벼슬을 내리는 일이 제수(除授)다. 除(제)라는 글자는 여기서 ‘없애다’가 아니라 ‘바꾸다’는 새김이다. 授(수)는 ‘준다’는 뜻이다. 除授(제수)는 일반적으로 권력자가 특별한 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대상자에게 직접 그 자리를 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拜(배)도 마찬가지다. 벼슬에 누군가를 직접 임명하는 행위다. 배상(拜相)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재상(宰相)에 임명하다는 뜻이다.

昇(승) 또는 升(승)이라는 글자는 관리의 승진(昇進)을 의미한다. 陞(승)이라는 글자도 마찬가지 뜻이다. 拔(발)과 擢(탁) 또한 누군가를 추천하거나 선발하는 행위다. 일반적으로는 이미 관직에 있는 관리에 대해 쓰는 글자다. 좋은 자리, 높은 자리에 끌어 올려서 쓰는 일이다. 昇進(승진)의 進(진)은 晋(진)과 원래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은 통용한다.

遷(천)과 徙(사)는 자리의 이동을 가리킨다. 앞의 遷(천)은 승진의 의미, 뒤의 徙(사)는 일반적인 자리 이동의 뜻이 강하다. 그러나 좌천(左遷)의 경우가 특이하다. 옛 관념에서 왼쪽(左)은 오른쪽(右)에 비해 낮다. 따라서 左遷(좌천)이라고 적으면 직위가 내려앉는 경우를 가리킨다. 같은 뜻의 글자가 貶(폄)이고, 좀 더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 직위 강등에 이어 먼 곳으로 쫓겨나는 일은 謫(적)이다.

罷(파), 免(면), 解(해), 革(혁), 削(삭), 奪(탈)은 관직에서 관리를 쫓아내는 일이다. 삭탈관직(削奪官職)이란 성어는 우리가 자주 쓴다. 禁(금)과 錮(고)는 그보다 정도가 심해 자리에서 쫓아낸 후 다시 기용치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요즘은 법률용어 ‘금고형(禁錮刑)’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지만, 원래 뜻은 그렇다.

장관 자리를 바꾸는 대통령의 개각 행위가 옛날로 치면 除授(제수)에 해당한다. 총리를 내정했으면 다음 수순은 각료의 임명이다. 각료는 관원 가운데 으뜸이다. 그런 높은 직위의 공무원이라면 현명하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현량(賢良)과 현능(賢能)이다. 그런 좋은 인재를 제대로 발굴해서 관직에 나아가게 하는 일이 존현사능(尊賢使能)이다.

나라 행정의 주축은 아무래도 이들 각료 중심의 관원이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앉혀야 나라 운영이 수월하고 국민이 평안해진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지만, 행정의 시야를 넓게 갖추고 소신이 있으며, 공정하면서 정직한 사람으로 늘 내각을 구성하면 좋겠다.

 

<중국어&성어>

尊贤(賢)使能 zūn xián shǐ néng: 관원으로서의 자질은 대개 현명하느냐의 여무, 그리고 실제 직무를 처리할 능력이 있느냐의 여부로 가린다. 적어도 옛 인재 등용법에서는 그랬다. 그 개념이 賢과 能이다. 인재 감별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다. 그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능력을 제대로 부리도록 하는 일이 집권자의 통치 능력이다.

左迁(遷) zuǒ qiān: 본문의 설명과 같다.

提升 tíshēnɡ: 관료를 승진시키는 일이다.

提拔 tí bá: 위의 단어와 뜻이 같다.

晋升 jìn shēng: 관리의 승진. 升迁(遷) shēng qiān과 같은 뜻의 단어.

乔迁(喬遷) qiáo qiān: <시경(詩經)>에서 나온 말이다. 새가 계곡을 날아올라 높은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는 일. 높은 곳으로 자리 옮기는 사람을 축하할 때 쓰는 말이다. 좋은 집을 장만해 터전을 옮긴 사람을 축하할 때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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