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6.03 11:2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KBS뉴스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6일 경영권 승계 의혹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해당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는 사건에 대해 대학교수 등 법조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수사 과정과 결과를 심의·평가하는 제도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나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고소인이나 피해자·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해당 검찰 시민위원회로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면 약 1년 6개월을 끌어온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삼성 임원진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 및 기소 여부는 검찰 외부 인사들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 따라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등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찰청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하고 있다. 검찰 외부인사들에게 기소 적법성을 평가받으면 검찰 수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검찰이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대한 과잉수사 내지 표적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외부인사들의 평가를 통해 다시금 수면 위로 끄집어내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고위급 임원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6개월째 장기화되면서 경영 악화를 맞이한 삼성이 '배수의 진'으로서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외부인사가 진행하는 수사심의위가 열리더라도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고위 경영진이 잇달아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상당한 타격을 받은 삼성이 수사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수사심의위 신청이 빠른 수사 종결을 위한 '배수의 진'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이들도 삼성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구속 기로에 놓여있긴 하지만, 수사가 장기화돼 국민들이 "이만하면 됐다"고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현재 시점에서는 여론전에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30여 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삼성물산-제일물산 합병 등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 이후 검찰은 이 부회장과 임원진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내부 검토 중이며, 이달 중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은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와 함께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에 앞서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 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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