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훈 기자
  • 입력 2020.06.03 14:02

오 전 시장, 유치장 나온 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
경찰, 영장기각 소식에 향후 수사방향 난항 예상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영장 기각된 이후 유치장에서 나오는 모습. (사진=YTN 캡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영장 기각된 이후 유치장에서 나오는 모습. (사진=YTN 캡처)

[뉴스웍스=이정훈 기자]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정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3일 여성단체가 내놓은 입장이다. 

이번 오 전 시장 영장기각을 놓고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고위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라며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를 보호 중인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주축으로 200여 개의 단체가 연합해 이같은 입장을 이날 오전 내놓았다.

이에앞서 오 전 시장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2일 오전 출석했다.

부산지법 조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은 중대하지만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불구속 수사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 됐으며 증거인멸과 도망갈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경찰서 유지장에 8시간 넘게 대기하던 중 영장 기각 소식을 듣고 취재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귀가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시간 여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수사 방향에도 차질이 생겼다.

물론 경찰은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불법 청탁 등의 혐의를 조사한 후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강제추행 혐의가 기각된 만큼 향후 영장 신청은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오 전 시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 "자체 회의를 열어 향후 수사 방향을 논의해 오 전 시장이 받은 다른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에서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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