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6.03 18:12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확실한 정보 입수되면 핵으로 반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CGTN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원칙'을 승인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을 견제하기 위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날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규정을 담은 '핵억지 국가정책 원칙'이란 문서에 서명했다. 2010년 이후 10년 만의 갱신이다.

이 문서는 국방 및 핵 억지력 분야 국가 정책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고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서명해 정부 법률 공시 사이트에 게시되면서 발효됐다.

새 핵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핵무기 사용 조건이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상황으로, 러시아나 그 동맹국들의 영토를 공격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확실한 정보가 입수됐을 경우, 적이 러시아나 그 동맹국 영토에 핵무기나 다른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을 경우를 꼽았다.

또한 적이 러시아의 아주 중요한 국가 및 군사시설에 대해 핵보복 공격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장애를 초래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경우, 국가 존립 자체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공격이 이루어졌을 경우 등을 언급했다.

다만 문서에는 "핵 억지력 분야 국가 정책은 방어적 성격을 띠며, 핵 억지력 행사를 위해 충분한 수준의 핵전력을 유지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러시아는 핵무기를 전적으로 아주 극단적이거나 불가피한 조처로서만 사용하는 억지수단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담겨있다.

푸틴 대통령의 서명은 러시아가 미국과 핵안보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런 문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러 양국은 지난해 미국이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 이어, 내년 2월 만료되는 유일한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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