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6.04 09:51

"미국에 인종주의 있다는 점 인정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 다해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내 시위에 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CNN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발언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쾌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3일 브리핑을 자청,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것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브리핑을 한 것이다. 이 브리핑은 CNN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발언이다.

에스퍼 장관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선 "끔찍한 범죄"라면서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한 것이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경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석에서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케일리 매커너니 백악관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에스퍼 장관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듯한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즉시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커너니 대변인은 경질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며 "대통령이 신뢰를 잃으면 여러분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에스퍼 장관이 직을 유지할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오늘 발언으로 낙마 시점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방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현역 군 사용 여부를 놓고 결별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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