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6.04 17:50

"외부통제 받지 않겠다는 의지 드러나…도주 우려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게 영장 청구 왜 했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재계에서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자체 개혁 취지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처음부터 이 부회장의 기소를 염두에 두고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팀장에게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이 부회장은 그간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신청했다.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 수사심의위는 기소독점권, 영장청구권 등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18년 문무일 전 총장이 만든 외부 감시제도다. 수사심의위의 강제력은 없지만 그간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 결론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린 적은 없다.

수사심의위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을 강행한 것은 이 부회장 사건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측의 요청은 심의를 받아볼 여지조차 없이 기소 대상이 된 것이다.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한 수사심의위 판단을 건너뛴 것은 검찰이 규정의 헛점을 악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의 자체 개혁은 고사하고 외부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 속에서도 지난달 6일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갔다. 평택 반도체 공장에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향후 삼성의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인 경제 위기를 직면한 현실 속에서 당장 삼성이 추진하고 투자와 고용 확대, 신사업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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