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6.06 06:45

시장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에 부담 큰 규모…국고10년과 기준금리 격차 확대될수록 매입 명분 강화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제3회 추경 예산안과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5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제3회 추경 예산안과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의 코로나19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추경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10조1000억원, 기금 자체재원으로 1조4000억원을 각각 충당하고 나머지 23조8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적자국채 발행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 시 적자국채 60조2000억원을 발행키로 했다. 여기에 1차 추경(10조3000억원), 2차 추경(3조4000억원), 3차 추경(23조8000억원) 적자국채 발행액(37조5000억원)을 더하면 총 97조7000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한국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차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늘어나는 국고채 물량을 한은이 흡수해주는 역할을 해주면 국고채 시장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며 한은의 역할을 기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3차 추경 편성 시 국고채 발행규모가 추가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경우 국고채 매입 확대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적극 실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8일 유튜브에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출처=한은 유튜브 캡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5월 28일 유튜브에서 통화정책방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출처=한은 유튜브 캡처)

한은은 시장이 불안할 경우 국채매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추경 발표에도 강력한 매입 시그널은 보내지 않았다. 이로인해 추경 발표 당일인 3일 국고3년과 10년 금리는 0.04%포인트, 0.06%포인트 급등했다. 외국인은 10년 선물을 1만260계약 순매도했다. 2010년말 신국채선물 재상장 이후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던 3월 13일(1만2136계약) 이후 가장 많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3차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 물량의 급증에도 한은의 국고채 매입 스탠스는 미온적”이라며 “대규모 국고채 발행으로 시장이 교란될 경우 안정 차원에서 매입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둔화되고 생보사의 외화증권 투자 한도가 확대된 상황에서 급증한 국고채 발행 물량을 시장 자체적으로 소화하기에는 부담이 큰 규모”라며 “한은의 국고채 매입 규모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지만 3차 추경에 따른 국고채 발행 규모를 상당 부분 매입해주지 않는다면 금리의 상승 및 커브 스티프닝 압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적극적으로 채권매입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규모, 매입 시기에 대한 정보가 없고 매입 조건으로 제시된 ‘불안정’에 대한 정의도 모호해 결과적으로 채권시장은 한은의 매입시점을 잘 예측해야 하는 새로운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며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써 중앙은행이 대규모 국채를 매입할 경우 ‘부채의 화폐화’로 인식되고 통화가 약세압력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채매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경우 향후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그 자체로써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대규모로 인식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략적인 매입 규모를 레인지로 제시하거나 매입 시기를 미리 알림으로써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5월 신속한 금리인하 결정에서 나타난 한은의 통화완화 의지, 정부와의 공조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국고10년과 기준금리 격차가 1.0%포인트 가까이 확대될수록 한은의 매입 명분도 강화될 것”이라며 “한은이 여타 신흥국과 유사하게 GDP대비 1%의 국채를 매입한다면 총 매입규모는 약 20조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구체적인 국고채 매입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10조원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국고채 단순매입은 10년물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고 과거와 유사한 규모로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 국채 매입 규모는 최소 12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매입 가능 금액과 스케줄을 한 번에 발표하기보다는 우선 비정례적으로 매입을 발표하고 추구 상황에 따라 정례화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재원 확보 및 안정적 지출을 지원하기 위한 한은의 국채 매입은 필수불가결하다”며 “금융위기 당시 한은의 국채 매입 사례를 감안하면 10년물 중심으로 20조+α의 국채 매입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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